<월스트리트저널>미국.일본 건설시장 마찰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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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근래 미국과 일본의 무역마찰은 주로 반도체와 필름시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다음 차례는 아마 일본의 건설시장이 될 것이다.
지난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양국의 신경전은 최근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일본 게이단렌(經團連)에 따르면 일본의 한해 건설시장은 무려 95조엔(8천6백50억달러)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 건설회사들은 이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는데 실패,지난 80년대초 개설했던 사무소들을 철수해버린 상태다.PAE인터내셔널.샬 보비스.플루어 다니엘 같은 회사가 겨우명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적은 정말 보잘 것 없 다.
지난해 일본에서 새로 체결된 6백13개 대형 건설 계약중 외국회사에 돌아간 것은 단 1개뿐이었다.게이단렌에 따르면 94년중 외국회사가 따낸 수주액은 총 1천2백74억엔으로 시장점유율은 고작 0.13%에 불과했다.
미국은 현재 일본에 대해 입찰절차를 간소화함과 아울러 외국회사를 차별적으로 대하는 관행들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그러나일본은 더이상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지난주양국 협상단은 도쿄(東京)에서 회담을 가졌으나 이견조정에 실패했다. 지난 4월 미국은 일본 건설시장의 입찰절차를 들어 일본을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대상국으로 지정했다.미 무역대표부 관리들은 『조만간 가시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미.일 양국의 무역 마찰은 다시 전면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건설회사들이 일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공사를 발주하는 중앙및 지방정부와 일본 건설사들의 긴밀한 유착관계 때문이다.이같은 유착은 뇌물제공과 입찰부정으로 이어지고 있다.일본에선 유명정치인들이 대형 건설공 사와 관련한수뢰혐의로 하루아침에 구속되는 사건이 심심치않게 일어나고 있다.또 하나의 장벽은 일본 업체들의 높은 경쟁력이다.일본의 건설성 관리들은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있는 탁월한 기술력에 비추어 국내시 장을 장악하는 것은 당연한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건설성의 아카가와 유나 국장은 『우리가 입찰 심사에서 고려하는 것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험과 기술력』이라며 『이같은 요건만 충족하면 외국 업체들도 얼마든지 공사를 따낼 수 있다』고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의 협상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이제껏 철저히 봉쇄됐던 일본시장에서 「경험」을 쌓을 방도가 없었던 외국업체들은지금 기준으로는 영원히 입찰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게 미국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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