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성모상 계속 신비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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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피눈물을 흘리는 이탈리아 「기적의 성모상」의 신비가 이탈리아헌법재판소의 「과학적 검사 불가」 결정에 따라 계속 신비의 베일속에 남게 됐다.
이탈리아 헌재(憲裁)는 9일 이 성모상의 피눈물에 대한 DNA 검사를 논란끝에 넓은 의미의 「개인 자유 침해」로 해석,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성모상은 로마 북쪽 치비타 베키아시(市)의 파비오 그레고리가 소유하고 있는 높이 40㎝의 석고상.그레고리는 이 성모상을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었다는 보스니아의 메주고례 마을에서 구입했는데 지난 94년 2월부터 성모상의 눈에서 피 로 보이는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기적이 시작됐다.성 아고스티노 성당으로옮겨진 성모상은 해마다 수만명의 순례자를 불러들이며 세계적으로유명해졌다.논란의 시작은 이 도시의 한 검사가 지난해 4월 기적날조 여부를 가리겠다며 성모상을 가택연금(?)하고 과학적인 검사를 명령하면서부터.
초기 검사결과 붉은 액체는 「남성의 피」로 밝혀졌으나 왜 피가 흘러나오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X선 검사결과 피를 흘리게 하는 아무런 장치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에 더 구체적인조사를 위해 DNA 검사 날짜가 잡혔으나 그레고 리 집안의 강력한 반대로 이 문제는 헌재의 판단에 맡겨졌고 헌재는 『소유주의 동의없이 검사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침해』라고 결정한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이를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종교적인 기적에 대한 판단은 교회에 맡겨야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 지롤라모 그릴로 주교는 『교회 조사위원회가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DNA 검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티칸은 아직 이 현상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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