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송제 2005년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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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에 대해 일정 숫자 이상의 주민이 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주민소송제가 시행된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공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가거나 단체장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에 돈을 쏟아 부었을 경우 여기에 들어간 예산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예산 낭비 부분이 발견되면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잘못 계약을 체결했다면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위원장 金秉準)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주민소송제 안(案)을 확정하고 지방자치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 하반기 국회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소송 대상은 ▶예산 지출▶공공 재산을 사거나 파는 것▶계약 체결과 이행▶지방세.사용료 부과 등과 관련, 자치단체의 잘못된 행정이다. 그러나 인사.인허가.조직 운영 등은 소송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민들은 광역.기초단체장을 포함한 지방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 지방 공기업 임직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소송을 내려면 시.도의 경우 주민 300명,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는 200명, 시.군.구는 100명이 참여해야 한다.

주민들이 재판에서 이기면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에 들어간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주민들은 별도의 보상금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정부는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반드시 상급 행정기관에 주민 감사를 먼저 청구, 그 결과에 불복할 경우에만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상우 기자

[뉴스분석] 지자체장 선심사업 통제 장치 마련

주민소송제는 자치단체장이나 소속 공무원들의 전횡을 주민들이 직접 견제하는 제도다.

1995년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시대가 열렸으나 이들의 막강한 권한을 통제할 장치는 별로 없었다. 개인적 비리 의혹과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했다는 의심이 있어도 수사기관이 개입하지 않는 한 주민들이 이를 법률적으로 따지기 어렵다.

감사원이나 각 중앙부처 및 상급 자치단체가 잘못된 행정행위를 적발해도 자치단체장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 부단체장(부지사.부시장.부군수)들에게 책임이 돌아갔다.

지방의회의 감시 기능도 미약하다. 열악한 지방 재정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이 자신의 업적을 부각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선심성 사업을 펼쳐도 견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해 지방세와 입장료.수수료 등을 합친 자체 수입으로 소속 공무원들의 봉급도 충당하지 못한 시.군.구가 38개나 된다.

주민소송제 도입은 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주면서 잘못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성공적인 착근을 위해서는 행정정보공개가 활성화돼야 한다. 또 빈번한 소송 제기로 소신 행정을 가로막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소송이 악용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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