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달라진 미국언론 對韓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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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핵 문제로 부각된 한반도 문제가 북한 식량부족 이슈로 대체되면서 미국 언론이 최근 들어 한국과 북한 관련 기사를 전에비해 상당히 많이 다루고 있다.미국 주요 언론들은 거의 매일 한국 관련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한국 관련 기사 는 매일 평균3~4건에 달한다.그러나 미국 언론이 한반도와 관련,이같은 커다란 국제적 이슈들을 다루면서 어느새 한국에 대한 보도자세와 시각을 전과 달리 상당히 긍정적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다만 한국이나 한국인들이 미국 주요 언론의 이같은 변화된 한국관을 채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뉴욕 타임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등 종합지는 물론 월스트리트 저널등 유력 경제전문지들이 보도하는 한국에 대한 기사는 최근 들어 단순히 정치나 안보,남북한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한.약분쟁과 올림픽 참가 기사는물론 대일(對日)감정,심지어 무당이야기까지 상세히 보도했다.이신문은 도쿄특파원 부부를 전과 달리 정기적이리만큼 수시로 한국으로 취재출장을 보내고 있다.
한국 교포가 집중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역시 한국의 대학생,사법제도,갖가지 사회.문화 관계 기사에 전과 달리 지면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민주정부를 갖고 있고 경제력도 미국의 주요 5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한국을 더이상 알려 하지 않고 지나칠 수 없다는 인식이미 언론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미국 주요 언론들의 한국 관련 보도 시각변화를 두고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미국 정부의 대(對)한국관 변화와도 비례관계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 6개월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두번째 한국 방문을 비롯,앤서니 레이크 백악관안보보좌관의 두차례에 걸친 서울 방문등 미국 주요 경제.안보 결정권자들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정부는 남북한문제등 한국 관련 이슈를 다룰 때 종전의 강요적 자세에서 상당히 협의적 자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한 외교관의 분석이다.
어떤 냉소적 인사는 『이제 미국이 한국에서 돈을 챙겨야 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냉소적 논평 역시 미국이 한국을 전과 달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민은 이같은 미국의 태도변화를 감정적으로만 대하지 말고 겸허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여 실익을 잃지 않는 외교를 추구할 때가 이미 도래했음을 진지하게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진창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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