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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5.18사건 20차공판파행 변호인단.재판부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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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의 12.12및 5.18사건 20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집단으로 사퇴하고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피고인이오후부터 재판을 거부하고 출정하지 않는 등 재판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파행의 원인인 재판진행 절차를 둘러싼 재판부와 변호인단의 입장을 알아 본다.
◇변호인 입장=이번 재판은 역사적 중요성에 비춰볼 때 신속.
효율성이 결코 실체적 진실규명에 앞서는 가치일 수 없다.더욱이피고인들의 구속기간 만기가 장애 요인이 되어서도 안된다.재판부는 주1회 공판원칙을 어기고 증거조사 절차가 시 작되자 주2회공판을 강행해 하루에 핵심증인 5명 이상을 신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이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에 대한 사실상의 제한이다.국선 변호인이 공소장조차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19차 공판에서 이같은 저의가 극명히 드러났다.재판부는 또 법정에서 이미 유죄의 예단을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발언을 빈번히 했다.
더구나 법정형이 극형일 경우 통상사건과는 다르게 공판을 진행하는 것이 법원의 오랜 관례였다.그러나 재판부는 뭔가 쫓기는 듯한 인상을 보여줬다.이미 짜여진 융통성없는 일정표대로 차질없는 목표를 향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피고인들을 처벌하는데 필요한 형식적 절차만을 진행하고있는 이 재판에 더 이상 들러리가 될 수 없다.우리는 성실한 변호권 행사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변호인을 사퇴한다.
그러나 변호인단을 해체하지 않고 지금부터 2심 재판에서의 충분한 변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겠다.
◇재판부 입장=변호인들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지난4일의 경우만 해도 이미 증인들이 두번째 나온 것이었고 사전에다 예고돼 변호인단의 신문준비가 충분히 가능했었다.
변호인들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인 재판진행을 강조하는 재판부와어긋나고 있다.적절한 속도로 재판은 나가야 한다.모든 소송관계자들이 재판을 제대로 진행하면서 요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재판부의 입장은 공연한 시간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주2회 재판이 실체적 진실 규명을 묵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변호인측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모두 부동의하는 바람에 증거조사 절차에 들어가며 최악의 상태에 빠진 것이다.1 0여명만 증인신문을 한다면 주1회도 무방하다.과거에도 재판을 주 2~3회했던 선례가 얼마든지 있다.재판은 정치와 달라 변호인단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
또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한 적이 없다.피고인이나 증인들의 진술에 차이가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하기위해 보충질문을 했던 것이다.이 재판은 정치적 논리로 심판하는것이 아니라 검찰이 법률적으로 소를 제기한 것 에 대해 소송법적인 제약 아래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다른 면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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