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천공단 오염,이주대책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천(麗川)공단 주변의 오염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대해 모종의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결론부터 말하면 획기적인 공해추방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 인근 피해 주민들을 이주(移住)시켜야한다.이주비용이 많이 든다지만 공단입주기업들도 분담하고,연차적으로 실시하면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그렇지 않다면 한국 중화학공업의 상징처럼 돼 온 이 공단의 앞날이 순탄할 수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여천공단주변의 오염실태는 가공할만 하다.마취성 공해물질이라는 스티렌 모노머는 기준치의 38배나 된다.검출되지 않아야 할 수은(水銀)도 검출됐다.수은은 일본 미나마타(水오)시에서 「이타이이타이 병」을 일으킨 독성 물질이다.오염지점의 분포도 육.해.공 모두에 망라돼 있다.더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이주비용이 많이 든다고 조사결과를 쉬쉬 했다는 보도는 정말 믿고 싶지 않다.국민건강과 생명을 보전하는 것은 어느 기업의 비용발생이나 지자체의 예산지출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아마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삶의 질을 높 이려면 정부가 수범(垂範)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에서 전남도나 여천시는 제외되는지 묻고 싶다.
마침 대통령도 환경사고 때마다 발표된 정부의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고 질책했다고 한다.종종 문제해결능력이 시원치 않아 보이는 정부로선 여천공단의 오염같은 어려운 문제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꼭 해결하고 말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이미 울산.온산공단에서 주민을 이주시킨 경험이 있고,여천공단 안에서도 81년까지 5백여 가구를 이주시킨 적이 있다.
물론 이주가 최선은 아니지만 여천공단이 현재의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한 다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해마다 피해보상금을 지불하는 방법도 있으나 공해가 중증(重症)에 접어들면 그것도 최선책은 아니다.환경친화적 생산방 식을 중요시하는 외국의 눈도 의식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