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청와대 “유고 가능성 거론은 너무 앞서 가는 것” 말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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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오전 8시30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한 시간 동안 주재했다. 없던 일정이 긴급하게 잡힌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 관련 외신보도가 폭주했던 10일 새벽 이 대통령이 직접 소집했다.

수석회의에선 국가위기상황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상황 보고를 했다. 이 대통령은 “상황을 잘 점검해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 문제가 가진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이 대통령의 구체적 언급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문을 꽁꽁 닫았다.

한반도의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급사안인 만큼 청와대엔 긴장감이 팽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김 위원장의 상태가 어느 정도냐는 것인데,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신경 쓰는 모습도 역력했다. 김 위원장의 병명을 청와대가 확인해 줬다는 보도가 나오자 서둘러 부인했다.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유고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앞서 가는 것이다” “북한 문제는 너무 앞서서 얘기하면 나중에 틀린 경우도 많았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전체적으로 이 대통령의 반응은 담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수립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불참한 사실이 알려지고, 건강 이상설이 증폭됐던 9일 밤에도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은 격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마친 뒤 여의도의 한 호프집에서 참모들과 생맥주 뒤풀이를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된 보고를 꽤 오래 전부터 받아왔고, 9일 정권 수립 기념 열병식 불참 가능성도 이미 보고가 돼 크게 놀랄 일이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차분하게 대응전략을 짜라는 게 이 대통령의 지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본인은 수석회의를 주재한 뒤엔 예정됐던 공식일정들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충남 천안의 중소기업과 시장 방문, 미주지역 평통자문위원과의 간담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와 새마을운동 회장단 초청 만찬 등이 이어졌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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