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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파트] 4호 선정 '창덕 에버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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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창덕 에버빌 주민들이 ‘아름다운 아파트’ 현판을 들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아이와 남편을 배웅한 주부들이 막 한숨 돌릴 시간인 오전 9시. 서울 남가좌동의 주상복합건물 창덕 에버빌에는 오재명(41.여)주민자치회 총무의 낭랑한 목소리가 방송으로 울려 퍼진다.

"오늘도 집안을 정리하다가 필요없는 물건이 나오면 1층 기증함에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곳에 아름다운 가게의 기증함이 설치된 것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에서 가게 이야기를 읽고 "이런 좋은 일이 있나"싶어 임순금(56)부녀회장이 가게를 찾아가면서부터다. 이삿짐 박스를 이용해 만든 종이 기증함이 도착하자 임회장은 예쁜 한지로 깔끔하게 포장했다. 그리고 주민들이 물건을 내놓을 때마다 부녀회원들과 꼼꼼히 품질관리에 나섰다.

"기왕 내놓는 거 쓸 만한 걸로 드려야지요. 버릴 것까지 내놓으면 안되잖아요."

이렇게 기증한 재활용품이 지금까지 넉달간 5t 분량에 이른다. 아름다운 가게 배신정 간사는 "기증받은 물건 가운데 폐기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기증품의 질과 양에서 모범 아파트"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열정에 감동한 가게는 지난 2월 기증함을 어른 키만한 연두색 철제함으로 교체해줬다.

건물 1층에 입점한 농협 가좌지점도 동참해 최근 직원 19명이 모은 책.옷.가방.그릇 등 100여점을 기증했다. 109가구가 입주한 단출한 이 건물이 네번째 '아름다운 아파트'로 선정된 것은 이 같은 주민, 입주업체의 '작지만 강한' 참여의식 때문이다.

지난 27일 오전 열린 현판식은 정겨운 잔치였다. 주민들은 직접 구워낸 과자와 샌드위치로 내빈들을 접대했다. 주민인 영화배우 윤양하(63)씨는 "못 입게 된 영화의상 등을 더 내놓을 생각"이라며 즐거워했다.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은 이날 "막상 하려면 쉽지 않은 것이 봉사와 나눔인데 이를 직접 실천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주민들을 격려했다.

정형모 기자<hyu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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