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원정화, 첫 공판서 공소사실 모두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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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정화가 재판을 받기 위해 10일 수원지법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뉴시스]


여간첩 원정화(34)에 대한 첫 공판이 10일 수원지법 310호 법정에서 형사11부(재판장 신용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흰색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한 원 피고인은 긴 생머리를 뒤로 넘겨 한 가닥으로 묶었고,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7월 구속된 이후 공개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처음이다.

법정에 들어선 원 피고인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긴장되고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이 시작되자 이름과 생년월일, 거주지를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판사가 “검찰 측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에 전향서를 제출했는데 전향서 내용이 본인의 의사에 의해 낸 것이냐”고 묻자 또 다시 “네”라고 짧게 답했다. 원 피고인은 9일 “북한에 태어난 것이 죄입니다.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신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평생 참회하며 살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전향서를 재판부와 수사검사에게 냈다.

원 피고인은 인정신문을 마친 뒤 간첩 활동을 열거하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들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뺨으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261건에 이르는 증거의 요지를 읽고 증거물을 신청하는 절차를 마지막으로 1시간 만에 끝났다. 원 피고인은 위장 탈북한 뒤 국내에 들어와 군 장교 등에게 접근, 입수한 탈북자 정보와 군사기밀을 북측에 넘겨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의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일.

이날 수원지법에는 일본 방송사들이 임차한 위성중계(SNG) 차량들이 배치되고 국내 언론사는 물론 외신기자들까지 60여 명이 몰렸다. 재판부는 일본 아사히TV 등이 제출한 법정촬영 신청을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차원에서 허용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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