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잡지 않으면 시즌 내내 고생해요.”
전창진 프로농구 동부 감독의 ‘외국인 선수 용병(用兵)론’이다.
규율에 복종하는 국내 선수들과 달리 자유분방한 외국인 선수는 길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치악산 호랑이’라는 별명의 전 감독 앞에 선 외국인 선수들은 예외였다. 동부의 일본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레지 오코사(28·204㎝)와 웬델 화이트(24·194㎝)는 순한 양 같았다. 두 선수는 래리 존슨 등 다수의 NBA 선수들을 배출한 네바다주립대 출신이다.
지난 시즌 김주성과 함께 더블 포스트를 이루며 팀 우승을 이끌었던 오코사지만 전 감독의 서슬퍼런 불호령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몸을 만들어오라’는 전 감독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1일 입국 당시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혼쭐이 난 오코사는 단기간에 몸 상태를 끌어올려 전술훈련에 대비했다. 하지만 전 감독의 호통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훈 합류 후에도 느슨하게 굴다가 전 감독으로부터 해이해진 정신자세를 호되게 지적 받았다. 자신보다 어린 화이트에게 “감독님이 나를 좋아한다”고 자랑까지 했던 터라 그 ‘충격’은 작지 않았다.
화이트는 최단신이지만 공격력이 좋아 전 감독의 기대가 크다. 실제로 지난해 LG에서 호평을 받았던 오다티 블랭슨(올 시즌 모비스)보다 훨씬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길들이기’에 나선 전 감독의 꾸지람을 수시로 들은 화이트는 일본 현지의 대학팀과 연습경기서도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군기’가 바짝 든 두 외국인선수의 모습에 겉으로는 냉랭한 전 감독도 내심 흡족한 표정이다.
도쿄=오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