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34년간 고위공직자임명장 붓글씨 전담 정태룡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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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4년간 고위공직자의 임명장을 붓글씨로 써왔던 鄭泰龍(66.
총무처인사과 사무관)씨가 6일 정년퇴직한다.
朴正熙 대통령시절인 62년부터 현 金泳三 대통령까지 5명의 대통령 이름으로 鄭씨가 친필임명(?)한 사무관이상 고급공무원은8만여명.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총리.부총리.장관등 모든 고위관리들이 鄭씨가 써준 임명장을 받고서야 비로소 관직 활동을 시작할수 있었다.
심지어 全斗煥.盧泰愚 전대통령은 이름까지도 鄭씨가 대신 썼다.朴.崔圭夏 전대통령과 현 金대통령은 이름만은 본인들이 직접 썼다. 鄭씨는 『격동기였던 지난 81년 全전대통령의 취임직후가일생에 가장 바빴던 때』라고 회고하며 『공무원숙정과 물갈이에 따라 하루 1백명이상씩 임명장을 작성,철야근무는 물론 일요일까지 출근해야 했다』고 돌이켰다.그는 『5,6공 당시 임명장을 써준 많은 장관들이 요즘 감옥에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권력의 무상을 느끼게 된다』고도 말했다.
93년 문민정부 출범직후에도 하루 10여시간씩 임명장을 썼다는 鄭씨는 『묘하게도 내가 제일 바쁜 시점이 바로 한국정치의 격변기였던 것같다』고 자신의 인생을 요약했다.
鄭씨는 특히 81년 11월에는 현재의 직급인 5급으로 승진,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이 자기 임명장을 쓰는 희한한 일을 겪기도 했다.
지난 56년 여주군 촉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던 鄭씨는 62년 총무처로 옮긴 뒤 『글씨가 괜찮다』는 이유로 임명장 작성을 떠맡아 천직(天職)이 됐다.
컴퓨터.자동기기로 가득찬 정부청사에서 유일하게 먹과 벼루.세필(細筆)로 일할수 있는 특권을 지닌 인사이기도 했다.
鄭씨는 글 잘쓰는 후배 柳炳武(43)씨를 농림수산부에서 차출,후계자로 삼아 업무를 인계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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