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첫 농민약국에 자원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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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 금왕읍에 농민약국을 개업한 김선영 대표약사(左)와 김광묘 약사. [뉴시스]

“병원에 자주 갈 수 없는 농민들의 건강을 챙겨주기 위해 남들이 기피하는 농촌에 약국을 열었습니다. 농한기 때는 구석구석 찾아가서 건강체크도 해줄 생각입니다.”

6일 충북 음성군 금왕읍 금왕삼거리에 문을 연 농민약국. 이 곳에는 김선영(30) 책임약사와 김광묘(26) 약사가 일한다. 미모의 두 여 약사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길을 가던 할머니·할아버지가 반가운 마음에 들러 “우리 마을에 한 번 오슈”라며 덕담을 건넸다. 농민약국은 일반 약국과 달리 농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온 환자에게 약을 제조해주는 것은 일반 약국과 같다. 그러나 농민들이 겪는 건강상의 어려움과 질병을 상담해주는 카운셀러 역할까지 한다. 음성에 농민약국이 처음 문을 연 날 한 할머니가 “이 곳이 농약을 파는 곳이냐”고 물었다. ‘농민’이란 단어 때문에 농약판매점으로 안 것이다.

김선영 책임약사는 강원도 홍천 농민약국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으로 광주광역시가 고향이다. 김 약사는 전남 보성이 고향이다. 두 약사 모두 광주에 있는 조선대·전남대 약대를 나왔다. 김 책임약사는 “음성으로 오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며 “농민약국이 없는 충북지역을 가겠다고 자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8번째로 문을 연 농민약국은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0년 4월 전남 나주에서 농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이후 해남, 화순에 이어 경북 상주, 강원 홍천, 전북 정읍, 충남 부여에 차례로 생겨났다.

물론 농민약국이라고 해서 농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약국은 아니다.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들은 농민들이 농사일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치료하고 진료봉사활동도 병행한다. 또 전국 농민약국에서 거둔 수익으로 새로운 약국도 개설하는데 동참한다. 김 책임약사는 “문을 열기까지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농민회·여성농민회, 선·후배 약사들의 도움으로 약국을 열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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