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나를 이끈 건 긍정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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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낸 장미란이 특강 도중 크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장미란(25·고양시청) 특유의 ‘위트’가 대학생 400여 명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장미란은 9일 오전 서울 상명대 밀레니엄관에서 열린 ‘장미란, 세계를 들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아버지 장호철(54)씨의 권유로 역도를 시작한 사연부터 여자 역도 선수로서 애환과 위기극복 과정,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기쁨 등을 차례대로 이야기했다. 진지한 분위기로 장미란의 특강을 경청하던 대학생들은 종종 장미란의 농담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다”고 겸손히 말했지만 재치있는 말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았고, “은퇴 후 학업(고려대 체육학과 재학 중)을 계속해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을 말할 때는 비장함도 느껴졌다.

장미란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의 심경을 토로해 폭소를 이끌어냈다. “하필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과 함께 입국했다. 정말 비참한 심정이지 않았겠느냐”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그러나 장미란의 다음 말에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딴) 다른 선수들도 나 때문에 힘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미란은 “종합대회에 콤플렉스가 있다는 언론 보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런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탈피하려 애썼고, 신경도 많이 쓰였다”며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부담이 컸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고, 대회 때는 오직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회고했다.

장미란은 강의 내내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 습관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인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내게 장점이 있다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긍정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있겠지만, 많은 것을 한꺼번에 풀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함과 거리가 있는 최중량급(+75㎏) 여자 역도 선수로 살아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결국 세계 여자 역도의 최강자가 된 그의 말이기에 더 큰 울림이 있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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