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는 얼마 뒤 김선동(사진) 미래국제재단 이사장과 면담했다. 김 이사장은 중·고교생을 돕는 서울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기부자였다.
서씨는 경남 고성군에서 자랐다. 과외는 물론이고 학원도 다닌 적이 없다. 그는 “진학을 앞둔 고교 시절,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누군가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며 “그때를 떠올리며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서울시내 고교를 방문해 지도할 학생들을 만났다. 기초수급대상자 등 형편이 어려운 학생 5명을 최종 멘티(조언을 받을 사람)로 결정했다. 그는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다시 돌려준다는 건 의미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9일 서울대에서 ‘새싹 멘토링 봉사단’ 발대식이 열렸다. 71명의 서울대생이 멘토로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5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355명의 중·고교생이 혜택을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이사장이 연간 7억원씩, 5년 동안 35억원을 지원한다. 멘토 학생 한 명당 400만~8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급 액수는 ‘형편에 따라’ 학생이 선택하도록 했다. 30% 이상의 학생이 400만원을 선택했다. 장학금 외에 활동비도 지원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장학금을 기부한 김 이사장은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2007년 5월까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회장을, 올 3월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는 “스크루지가 돈에 몰입했던 것처럼, 나도 회사의 생존에 몰입해 살아왔다”며 “그러나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사재를 털어 미래국제재단을 세웠다. 재단의 목표는 ‘가난의 대물림을 막자’이다. 그는 “빌 게이츠의 ‘자본주의의 최후 목표는 자선’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라고 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불우이웃을 도왔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그들의 아이에 주목했다. 교육과 발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들에게 가난은 그대로 되물림됐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기부의 선순환 구조’다. 넉넉하지 못하지만 뛰어난 머리를 가진 대학생에게 기부하고, 그들이 다시 어려운 형편의 학생을 돕는 방식이다.
김 이사장은 “기부도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그냥 주는 것은 1차원적 기부다. 기부를 통해 또 다른 자선이 행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생깁니다. 빈부의 차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차이를 줄이자고 하향 평준화할 순 없겠죠. 가진 자의 적극적 기부와 자선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글=강인식 기자 사진=서울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