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들으러 왔나” 학생들에 역질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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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1일 대전 유성구 KAIST 정문술빌딩 220호. 40여 명의 학생이 들어찬 강의실에 안철수 교수가 들어섰다. 안 교수는 한 학기 ‘기업가 정신’ 강의 계획을 설명하기에 앞서 학생들 얘기부터 들었다. 강의를 신청한 이유와 관심사, 장래 계획 등을 파악했다. “창업에 관심 있는데 성공비결을 알고 싶다” “돈 많이 벌고 싶다” “‘안철수’가 왔다기에 무작정 강의실을 찾았다” 등 수강 이유는 다양했다. 학부생뿐 아니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도 많았다.

학생들의 요구사항(needs)를 파악한 안 교수는 “이번 학기에 돈 벌고 창업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업가(entrepreneur)란 무슨 뜻이고, 어떤 사람들이며, 왜 기업(起業)을 하는지 강의하겠다는 것이다(그는 ‘entrepreneur’를 기업가(企業家)가 아니라 창업자와 비슷한 의미의 기업가(起業家)로 풀이했다). 이어 “문제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지도 않는다”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흔히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세계에선 그런 정답도 오답도 없다”고 했다. 답을 찾는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세상 일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며 “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運)·우연·불확실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나에 대한 강의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강의 교재 <『Now Discover Your Strengths(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과 『The Monk and the Riddle(승려와 수수께끼)』를 설명하면서 “자기 약점은 잘 보완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강점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를 들은 수리과학과 이성호(21)씨는 “일방적인 수업이 아니라 열려 있는 대화식 강의여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안 교수는 강의를 마친 뒤 “학생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 부담을 느낀다”며 “학생 이름을 좌석 앞에 내걸게 하고 무차별 질문(cold call)을 날려 학생들을 긴장시키는 MBA식 강의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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