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단체장 평가를 마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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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가 독자적으로 실시한 지방자치단체장 평가가 지난 17일부터 보도되자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그 가운데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언론이 해야만 하고 또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라는 반응이 주류 를 이뤘다.
일반인들이 평가하기 어려운 민선자치단체장들의 정치력.경영력.행정력을 종합평가한 것은 단체장들의 각성과 주민의 정치의식 고취,지방자치발전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되었으리라는 것이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평가방법이나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단체장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유발,조직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단체장의 경우 하위순위는 강한 불만을 보였다.평가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며 항의 했다.어떤 곳은 단체장평가를위한 자료요청에 성심성의껏 협조했는데 섭섭하다며 다음번에는 평가에 응하지 않겠다는 전화를 하기도 했다.하위권 에 머무른 단체장으로서는 응당 나옴직한 불만이요 항의라 하겠다.이번 평가결과가 차기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 12위로 하위권에 처진 조순(趙淳)서울시장은 항의는 하지 않았으나 다음과 같은 간접적인 말로 불만을 토로했다.『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왔다.설사 꼴찌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만회하기위해 더이상 노력하긴 어렵다.서울시가 어떻게 꼴 찌로 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인구 1천만명의 대도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감안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물론 언론기관이 뭔데 민선서울시장을 감히평가하려 하느냐는 강한 자부심도 근 저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독자.오피니언 리더.단체장들의 이같은 반응은 나름대로 모두 일리가 있다.중앙일보의 단체장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은 「이 평가가 민선단체장 1년을 맞아 선의의 경쟁과 자극을 주기 위한 하나의 초석이 되자」는 취지에서 평가에 착수했다.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도 단체장을 종합평가한 예가 없어 평가 모델을 만드는데 애를 먹었다.지방자치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도 지방정부의 경영.행정.조직 등에 대한전문가 진단은 있지만 단체장 개인에 대한 평가는 없다.
사실 지난 1년간 단체장의 업적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이에 따라 단체장에 대한 주민만족도여론조사를 병행했다.업적평가지표만으로 평가했을 때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민선단체장인 만큼 주민이 총 체적으로 단체장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아무리 업적이 훌륭하더라도 주민의 지지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번 평가는 자료에 의한 업적평가 30%,만족도 30%,체감개선도(관선대비)20%,주민지지도 10%,공무원 청렴도10% 등의 가중치가 부여됐다.
이상에서 보듯 필자는 이번 단체장평가가 결코 완벽하다고 자부하지 않는다.평가는 절대적이지 않다.앞으로 많은 보완을 해야 한다. 예컨대 ▶광역시와 도(道),인구 30만명 이상 도시와 그 이하 도시에 대한 가중치 차등적용▶새 시책개발의 경우 정책의 중요도에 따른 가중치 차등적용▶비전제시 노력등 장기과제,개혁의지,부패사슬 구조를 끊기 위한 노력 등을 계량화해 평가하는방법 등은 앞으로의 연구과제다.
다만 이번 평가에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며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려 노력한 단체장들은 대부분 평가가 좋게 나왔다는 사실을 단체장들이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주민들의 지지도가 낮은 단체장들은 대부분 순위가 하위로 처졌다.
이번 결과를 탓하기 전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냉정히 생각해보고 주민을 위한 행정에 매진한다면 내년에는 좋은 결과가나올 것이다.
(전국부장) 이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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