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멋진 남자가 진짜 남자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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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15면

며칠 전 술자리에서 ‘뒷모습이 예쁜 사내 남자들’에 대한 품평이 있었다. 누구는 히프가 올라갔고, 누구는 다리가 길게 죽 뻗어 뒷모습이 멋있더라 등등. 이거 잘못하면 사내 성희롱으로 구설에 오를 것 같아 미리 밝혀둔다.

이날 품평에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와 거침없는 말솜씨, 그리고 나름 예리한 센스 덕분에 스스로 심사위원 자격을 가지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여자 세 명뿐 아니라, 그녀들이 심사숙고하며(?) 심사한 출전 멤버들이 함께 있었다. 그러니까 희롱이라기보다 남자의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벌어진 유희라고 이해해 달라. 아무튼 이날 모임의 유쾌함 속에서 내가 느낀 놀라움은 ‘남자들은 뒷모습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다’는 점이다.

그런데 뒷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내가 마음대로 꾸밀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뒷모습이다. 그러니까 가장 나답고, 나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면이라는 얘기다. 결국 척추를 똑바로 펴서 곧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한 남자의 뒷모습은 승자처럼 보일 수도, 패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스타일리시하다는 칭찬도 들을 수 있지만, 동네 백수 아저씨 같다는 비아냥도 들을 수 있다. 수트를 주로 입어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지금 당장 거울 앞에서 스스로의 뒷모습과 걸음걸이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 남성은 양쪽 어깨가 일자로 솟아 있는 반신체와 등이 굽고 어깨가 구부러진 굴신체로 분류된다. 반신체는 수트를 입었을 때 목 뒤쪽 아래에 주름이 잡히기 쉽고 재킷 앞부분이 들려서 미끈한 수트 라인을 망가뜨리기 십상이다. 반면 굴신체는 뭉친 어깨 근육 때문에 셔츠와 수트 등이 들뜨고 목선 둘레도 일그러지기 쉽다. 잘못 습관을 들인 O자, X자, 팔자 걸음으로 수트 바지의 주름과 라인이 사선이 돼 실제보다 다리가 훨씬 짧아 보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세를 바르게 교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은 1시간마다 5분 내지 10분씩 의식적으로 곧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실제로 걷는 거다. 아침에 일어날 때 침대 매트 밖으로 목을 떨어뜨린 채 5분 정도 유지하면서 목의 관절과 근육을 유연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자에 앉는 자세를 곧바로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양팔의 균형 역시 걷는 모습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므로 평소 몸을 쓸 때는 골고루 힘을 안배하는 습관을 갖자. 마지막으로 배에 힘을 주고 걷자. 남자는 자고로 배짱이 있어야 한다. 배에 힘을 주면 복근이 척추를 똑바로 지탱해줄 뿐 아니라 어깨와 등도 저절로 바로 펴지게 된다. 히프업?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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