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함, 러시아 장악 포티항에 첫 입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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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 해군함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장악한 그루지야의 항구 포티에 입항,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8일 그루지야 사태가 발발한 이래 미 군함이 러시아군 장악 항구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AP통신은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물품 17t을 실은 미 해군 6함대 소속 ‘USS 마운트 휘트니’ 호가 러시아군 수백 명이 주둔하고 있는 포티항 앞바다에 정박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군사행동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면서도 “러시아 관리들은 미 전함의 포티 입항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에도 구호물품 34t을 적재한 미 해군함 2척이 포티항에 입항하려다 러시아군이 장악하지 않은 80㎞ 남단 바투미항에 입항했었다.

미군 유럽사령부의 존 도리안 대변인은 5일 “미 전함이 포티에 입항한 것은 그루지야 주민들이 이곳에서 구호품을 받기 원했기 때문”이라며 “포티는 그루지야의 영토이므로 러시아가 미 전함을 검색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 군함이 포티항에 도착하기 직전에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는 미 군함에 대한 군사행동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마운트 휘트니급 군함이 구호물품을 대량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이 인도적 지원에 군함을 동원하는 데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2일 “미국 군함이 그루지야 인근 해상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민간 구호물자를 왜 군함을 통해 수송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포티항은 지난달 그루지야 사태가 발생한 직후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주요 시설이 파괴됐고, 이후 러시아군 병력이 주둔해 왔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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