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週를열며>더불어 사는 나눔 공동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약성서에 보면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어느 곳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소출이 너무 많아 곳간이 차고 넘쳤다.그는 곡식창고를 더 크게 늘리고 많은 소유물을 저장했다.
그리고 그는 안락하게 삶을 즐길 꿈에 부풀어 있었 다.이때 부자를 향해 하느님은 말씀하신다.『어리석은 자여.
오늘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것이 되겠느냐.』 이것은 누가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말씀이다.예수께서는 많은 물질의 소유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정죄(定罪)하지 않으셨다.부자의 어리석음을 책망하신 것이다.물질의 소유자체에 삶의 목적을 두고,많은 소유에 만족하고 사는 삶의 어리석 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물질의 소유가 인간생존에 필수적인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그러나 더 많은 물질의 소유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삶의 질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물질의 소유는 상대적인 가치를 갖는 것이며,이를 절대화할 때 「가치전도(價値轉倒)」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어리석음을 범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그것은 물질에 대한 지나친 탐욕과 탐심에 있다.절제되지 않은탐욕 때문에 바른 판단의 눈이 가려져 참되고 가치있는 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상대적인 것을 절대화하는 잘못을 저지 르는 것이다.그러기에 구약성경에 기록된 십계명 가운데 열번째 계명은 소유에 대한 인간의 탐심을 경계한다.「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말지니라.」 이 계명은 자제할 줄 모르는 자기중심적-이기적 탐욕을 금지하는 것이다.예수께서도 이와 같은 뜻으로 말씀하셨다.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함에있지 아니하니라.』 사도 바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탐욕은 그 이름이라도 부르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성경말씀은 모든 사람이 과도한 이기적 탐욕을 자제하고,사회구성원 모두 함께 어울려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될 것을 강조한다.「가진 자」일수록 「갖지 못한 자」들에게 손을 펴 나누는 삶을 살라고 권면한다.『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너는 반드시 네 경내,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 구약성경 신명기에 기록된 이 말씀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손을 움켜쥐지만 말고,너그럽게 손을 펴 나누어주며 살라는 말씀이다 .
성경에는 탐심을 절제하며 나누어주는 삶의 모습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예를 들어 구약에 기록된 추수하는 방법을 보자.『곡물을 벨 때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너의 떨어진이삭을 줍지 말며,너의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너의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외국인)을 위하여 버려두라.』 밭이나 포도원을 소유한 사람은 추수할 때 깡그리 수확하지 말고,적당히 추수하여 경제적으로 약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라는 말씀이다.
구약 신명기에는 이런 말씀도 있다.『네 이웃의 포도원에 들어갈 때 마음대로 그 포도를 배불리 먹어도 가하니라.네 이웃의 곡식밭에 들어갈 때 네 손으로 그 이삭을 따도 가하니라.』 이말씀은 배고픈 사람은 다른 사람의 포도원이나 밭 에 들어가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말씀이다.그러나 동시에 이 말씀은 포도원과 밭을 소유한 사람을 향해 주시는 말씀이기도 하다.자기 밭의소출을 배고픈 사람과 함께 나누어,배고픈 사람이 없는 공동체를이루라는 말씀이다.
물질주의로 오염되고,이기적 탐심이 팽배한 오늘의 세계를 향해성경은 탐욕을 버리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루라고 말씀한다.종교의 차이를 넘어 모두가 경청하고 실천해야 할 말씀이다.
박준서 연세대대학원장.구약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