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문화대국' 깃발 든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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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이 변하고 있습니다. 두려울 정도로…."

국립중앙박물관 이영훈 학예연구실장은 최근 중국 국가박물관과 교류 협정을 추진하면서 적잖이 놀랐다. 전에는 공동사업을 할 경우 중국 측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사례금'을 요구해왔고 우리도 이를 사실상 관례로 여겼다. 그러나 이번엔 중국쪽에서 먼저 "돈은 필요없다"고 못박았다. 그들은 대신 "우리 박물관의 아시아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니 한국도 좋은 유물이나 많이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실장은 "더이상 2~3년 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대국의 입장에서 주변국과 교류하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박물관(옛 역사박물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기존 박물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국들의 유물도 포용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대국' 이미지를 전세계에게 과시할 작정인 것이다.

최근 중국이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예술활동과 문화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나서자 "자칫하면 우리 문화가 '중국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문화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폐막한 제1회 베이징 중국국제화랑박람회도 마찬가지다.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며 주최국보다 많은 우리 화랑들이 참여했지만 그 배경에는 말 못할 속사정도 있었다.

한 화랑 관계자는 "한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냉담하던 세계 유수 미술관련 업체들이 중국시장에는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며 "어차피 중국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이에 발맞춰 인력 양성과 국제화를 통해 싸고도 질높은 작품들을 공급해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중국에서의 '한류(韓流)'현상도 언젠가는 식을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 문화 수입국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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