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토크] 230㎏ 거구 ‘힙합 빅쇼’… 5호선이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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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하철 토크’는 가장 대중적인 공간인 지하철에서 연예인과 시민들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유도합니다. 지하철토크는 격주마다 연재될 계획입니다.

 “집 한 채네, 집 한 채. 뭐하는 사람이에요? 씨름선수인가?”

일본에 건너갔으면 스모에서 족히 성공했을지도 모를 230㎏의 국내 최고 덩치 가수 빅죠(30)와 박사장(26), 나비(24)로 구성된 힙합 그룹 ‘홀라당’이 서울지하철 5호선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했다. 식당에 가면 혹시 연약한(?) 의자가 부러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지하철이 튼튼한지 먼저 확인하는 빅죠. 사람들은 그 덩치에 일단 시선이 갔다. 그리고 지하철에 갑자기 나타난 홀라당의 공연에 박수를 치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등 수군거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내 냉담해졌다. 신인 가수로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각오는 했지만 멤버들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하지만 오랜 공연 경력을 가진 멤버들은 쉽게 지치지 않았다.

실제 힙합 그룹 홀라당의 경력은 합해서 30년이다. 17세 때 음악을 시작해 이승철, 바비킴 등의 랩 세션을 했던 빅죠. 빅죠는 “환율이 걱정이다. 맞는 바지를 미국에서 사와야 하는데 환율 때문에 더 비싸게 주고 산다”라며 넉살 좋게 받아들인다. 오디션만 수십 번을 보고 일등도 했지만 꽃미남이 아니어서 음반조차 못 냈던 박사장. 박사장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그동안 죽을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나비는 작곡가가 만든 노래를 테스트하는 가이드보컬을 하며, 김태우·소녀시대 등 무수한 스타의 노래를 먼저 불렀다. 그녀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무대 뒤에서 노래 부르는 주인공을 보며 눈물을 펑펑 흘려야 했다.

공연의 물꼬를 튼 것은 10년 동안의 언더그라운드 가수 활동을 하는 동안 학습지 외판원, 전자제품 판매원으로 오랜 경험을 다진 박사장이었다. 그는 홍대 공연장이 지하철로 옮겨 온 듯 스스럼없이 시민들에게 박수를 쳐 달라고, 노래를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나비는 마치 정치인처럼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같이 찍으며 얼굴을 알렸다. 나비는 “이제는 울지 않을래요”라고 마음을 다진다. 빅죠는 연신 두꺼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랩을 불렀다. 그는 1집 앨범 ‘Spotlight’가 나오지 않았다면 게임 운영자나 영어 강사가 될 뻔했다. 노래를 부르기만 한다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는 그들에게 지하철은 금세 익숙한 공연장이 됐다. 그리고 거기에 스타를 꿈꾸는 3인조 혼성 그룹 ‘홀라당’이 있었다.

JES영상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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