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수전 숄티 여사의 서울평화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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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인권 운동가인 수전 숄티(미 디펜스포럼재단 회장)여사가 제9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북한 인권이 핵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진 숄티 여사는 북한 인권의 파수꾼을 자임해 왔다. 1996년부터 3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관련 청문회를 이끌어냈고, 2003년 한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 의회 증언을 성사시켰다. 미국의 ‘북한 인권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그였다. 숄티 여사가 아니었다면 미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초당적 관심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헌신함으로써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는 점에서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 숄티 여사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다만 북한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북한 인권 문제를 애써 외면해온 지난 정부 때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더라면 재단의 용기와 상의 권위가 훨씬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적 고려가 수상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평양이나 서울에서 태어났든, 아니면 사하라 사막의 난민수용소에서 태어났든 인간은 신이 선사해준 자유와 인권, 존엄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숄티 여사가 수상 성명에서 밝혔듯 북한 주민의 인권은 인류 보편의 권리로, 내정 불간섭 원칙과 무관하다.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유엔 인권위에서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상황 개선 의지를 처음으로 담았고,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 내 탈북자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숄티 여사의 서울평화상 수상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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