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제일동포단체 진단-3,4세 잡기 민단.조총련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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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4세를 잡아라」.
재일동포 3,4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민단과 조총련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한때 40만명에 달했던 조총련 조직원은 해마다 줄어 현재는 18만명 정도.이탈자는 재일동포 3,4세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때문에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구독자 감소로 33억엔(약2백40억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최근 조총련이 「재일본조선청년상공회」의 지방 조직을 확대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밑동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 조직 유지를 위한 몸부림의 하나다.
북한이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지난 4월 「애국사업」(조총련조직원이 북한에 외화등을 지원하는 사업)에 기여한 젊은 상공인들에게 대거 훈장을 준 것이나 「재일조선학생 조국방문단」을 초청해 환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조총련이 젊은 조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이념」 대신 「흥미」를 내세우는 것도 새 조류다.조선신보가 창간한 『이어』라는 잡지의 경우 한글 대신 일본어 표기를 하고 천연색 컬러 사진과 다양한 생활정보를 담기 시작했다.
조총련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단측은 「뿌리찾기」와 「뿌리알기」운동으로 3,4세 동포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민단이 뿌리찾기를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대표적 사업은교포 결혼중개.
지난 1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결혼중개 모임에는 80명의 미혼 재일동포가 한자리에 모였다.
도쿄와 오사카(大阪)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는 「짝 맺어주기 사업」은 현재 남성 1백60명,여성 1백90명이 참가할 정도로성황을 이루고 있다.
민단 문교국이 3년전에 만든 민족대학도 젊은 재일동포들을 끌어들이는데 한몫하고 있다.지역별로 3개월 1학기제로 매주 2회열리는 이 강좌에는 한국계 대학교수 등이 강사로 나서 인기를 끌고 있다.우리말이 서투른 3,4세 동포를 위해 강의는 일본어만으로 진행된다.
민단 선전국 관계자는 『민족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연구서클을 결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한국이 급성장하면서 재일동포 3,4세의 모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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