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게임으로 오감 자극…"엄마 영어공부가 재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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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영어놀이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샌드위치를 만들며 영어를 배우고 있다. [권태균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영어놀이학교.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사 모자를 쓴 유아들은 신이 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있다.

“We are making sandwich.”

미국인 강사 수아르나씨의 말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Bread, cheese, lettuce, ham…” 수아르나씨가 빵·치즈 등 샌드위치 재료를 들어보이며 영어로 단어를 알려주자 곧잘 따라 했다. 수아르나씨가 한 남학생에게 치즈를 보이며 “What color is it?”이라고 물었다. “yellow!”

강사는 햄·치즈를 잘라 식빵에 올리고 마요네즈를 바르는 과정을 영어로 설명했다. 아이들은 어려운 기색 없이 재밌어 했다. 요리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최근 자녀에게 놀이로 영어를 가르쳐 주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한글을 깨치지 못한 유아는 놀이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여대 어린이영어교육과 김혜정 교수는 “유아기는 인지 능력이 부족해 책보다 생활에서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는 게 좋다”며 “영어놀이로 어휘력과 듣기·말하기·문법 실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 영어놀이백과』의 저자 정재희씨는 “오감을 자극하는 영어놀이로 익힌 영어 단어나 문장은 아이의 잠재의식에 그대로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알파벳부터 가르쳐 준다. 이때 낚시 방법을 응용할 수 있다. 고무찰흙이나 색지로 만든 바다 동물 모양에 알파벳을 쓴 후 간단히 만든 낚싯대로 건지는 놀이다. 정씨는 “하나씩 건질 때마다 발음을 해보며 알파벳을 재밌게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벳 A부터 Z까지 쓴 블록을 순서대로 세운 후 넘어뜨리는 도미노게임도 있다. 정씨는 “블록을 세우면서 ABC송을 함께 부르면 아이가 재밌어 한다”고 덧붙였다.

‘볼링게임’은 말하기·문법 실력을 키워준다. 우유병·생수병을 이용해 볼링핀을 만든 다음 중앙에 그림카드나 단어카드를 붙인다. 김 교수는 “공을 굴려 넘어진 핀의 그림을 엄마가 보여주며 질문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엄마가 “Do you like apple?”하고 물으면 아이가 “Yes, I do”라고 문장을 만들거나 간단한 단어로 대답하는 식이다. 아이의 영어 듣기·표현력을 높이고 싶으면 ‘거울게임’을 하면 좋다. 엄마가 “Let’s make surprised faces”라고 말하면 아이가 거울을 보며 그대로 따라하는 놀이다.

김 교수는 “happy·angry·sad 등 단어를 바꿔가며 아이의 영어 듣기 실력을 키우고, 다양한 표현법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snap(잡아채다)놀이’로 어휘력·듣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엄마가 바닥에 펼쳐놓은 단어카드 가운데 한 단어를 영어로 설명하면 아이가 카드를 찾아 재빨리 잡는 게임이다. 김 교수는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카드를 하나씩 내려놓으며 영어로 세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놀이학교 크래다의 조은희 원장은 “놀이로 영어학습 효과를 높이려면 아이의 인지·정서 발달에 맞는 놀이를 잘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아기에는 소리에 민감해 노래나 리듬에 맞춘 영어놀이가 적당하다. 예컨대 전화놀이, 영어퀴즈, 영어 노래 부르기 등이 좋다. 사물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on·under·out 등 사물 위치를 알려주는 책이나 노래 가사로 흥미를 갖게 한다. 컴퓨터에 관심을 보인다면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영어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베런스타인 베어스 홈페이지(berenstainbears.com)·닉주니어닷컴(www.nickjr.com)·디즈니닷컴(Disney.com)이 가볼 만하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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