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조원 사상 최대 감세 카드 ‘작은 정부’의지 담고 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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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재정 지출을 확대하거나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을 주로 썼는데, 이번엔 감세를 택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감세로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선 감세가 경기부양책으로 널리 쓰인다. 실제로 올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대적으로 세금을 돌려준 덕분에 미국 경제는 예상을 뒤엎고 2분기에 3.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8년 세제개편안은 2012년까지 5년간 21조3000억원에 달하는 감세를 담고 있다. 세율을 내리는 세목도 소득세, 법인세, 양도세, 상속·증여세 등으로 망라돼 있다. 당장 세수가 걱정이지만 정부는 감세로 경기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세금이 더 걷힐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또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작은 정부’를 통해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한동안 주춤하던 MB노믹스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편 작업은 무거운 세금이 우리 경제의 숨통을 누르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07년 현재 22.7%로 미국(20.6%), 일본(17.3%)보다 높다. 2000년대 들어 3.1%포인트 상승했다.

그사이 전 세계는 세금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소득세율은 4.5%포인트, 법인세율은 6.7%포인트 낮아졌다.

개편안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세제 전반에 박힌 대못을 빼내겠다는 의도가 곳곳에 녹아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세금을 내는 사람과 내지 않는 사람으로 편가르며 박았던 세금 대못은 상당히 헐거워졌다. 예상을 뒤엎고 양도세와 종부세를 대폭 손본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부동산 세금이 퇴로를 막아 거래가 마비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1가구 1주택자도 양도세를 내야 하는 고가주택의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가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확대됨에 따라 웬만한 고가주택이라도 1주택 장기보유자는 양도세 부담을 덜게 됐다. 또 종합부동산세의 과표적용률을 동결함에 따라 집값이 떨어지는 데 부동산 보유세가 늘어나는 일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율을 내리는 문제를 당정 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인하는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는 세수엔 큰 영향이 없지만 정부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인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들을 위한 개편’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세금이 무거우면 경제가 위축되고, 저소득층이 피해를 가장 먼저 본다”면서 “세금을 낮춰 경제를 살리는 것이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의 감세 효과는 내년에만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내년엔 과표양성화와 고유가로 유류세가 더 걷히는 만큼 괜찮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그때는 세출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덜 걷고, 덜 쓰는 긴축 재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감세는 경기회복을 전제로 세금을 미리 깎아주는 일종의 ‘가불’을 하는 셈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세금을 1조원 깎을 때 1년간 국내총생산(GDP)은 2400억원 늘어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단기적으론 재정지출의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세가 경제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세제개편의 성공은 감세가 얼어붙은 민간의 투자와 소비의욕을 얼마나 달구느냐에 달려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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