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방송사 기자가 1일 미시시피주 걸프포트에 구스타프가 상륙하면서 90번 고속국도 위로 물이 차오른 현장을 보도하고 있다. [걸프포트 AP=연합뉴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6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뉴올리언스에선 이날 주민 23만여 명 가운데 95% 이상이 안전지대로 탈출하고 1만 명 가량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집에 남겠다고 버티던 주민들 중 상당수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꿔 시내에서 떠나고 있다”며 “중환자 3명은 후송 중 숨졌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시속 185km 강풍을 동반 중인 구스타프는 1일 한낮쯤 뉴올리언스 중심을 살짝 비켜 남서쪽 해안에 상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당국은 3년 전 대비가 허술했다는 비판에 시달린 탓에 이번엔 강제대피령을 발동, 남은 주민들을 체포해 강제 이송시키고 있다. 또 “시내에 남은 주민들이 위험해지더라도 구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주민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외곽 고속도로 전 차선을 일방통행으로 바꿨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대피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병원 등은 카트리나 경험을 교훈 삼아 신속한 대피 작전을 폈다. 튤란 병원 등은 31일 오전부터 이송을 시작해 뉴올리언스 공항을 통해 환자들을 안전지대로 옮겼다. 2005년에는 1600여 명의 환자가 남았으나 이번에는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를 빼고는 모두 후송한다는 원칙 아래 450여 명만 잔류했다.
구스타프는 지난주 발생후 3급 상태로 카리브해를 지나면서 8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카트리나도 뉴올리언스를 덮칠 당시에는 3급 허리케인이었다. 미국 국립 허리케인센터는 구스타프가 내륙으로 진입할 무렵 순간 풍속이 시속 185km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높이 6m의 파도와 함께 500mm의 집중호우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3년간 보수해온 뉴올리언스 제방이 이번 구스타프를 견뎌낼지 관심을 끌고 있다. 2005년에는 제방이 뚫리면서 시내 주택가가 물에 잠겨 큰 인명 피해를 냈었다. 군 공병대는 강과 바다의 범람을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동원해 제방을 강화하고 있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전문가들을 인용, “제방이 무너지는 대신 간신히 견뎌내거나 범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멕시코만 정유시설 비상=멕시코만의 에너지 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만은 미국 내 석유 생산의 25%, 천연가스 생산의 15%를 담당하는 곳. 로이터 통신은 31일 오후(현지시간) 현재 이 지역 석유 생산의 96%, 가스 생산의 82%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정유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전체 정유 물량의 12.5%를 처리하는 이 지역 9개 대형 시설이 문을 닫았다. 엑손모빌 베이타운 공장 등 나머지 정유 시설들도 생산 감축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만 에너지 업체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 것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몽’ 때문이다. 당시 100곳 이상의 유정 시설이 파괴됐고, 수많은 정유시설이 침수돼 수 개월 동안 문을 닫아야 했다. 업계는 구스타프로 인한 석유 생산 피해가 하루 1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전체 석유 수입량의 10%를 처리하는 루이지애나 석유항까지 피해를 볼 경우 하루 100만 배럴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서울=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