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인권 내세워 알 권리 침해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과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조사자의 소환 사실 공개와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중간발표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인권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로 제기돼 이런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검.경의 설명대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은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밤샘조사를 금하고 체포 즉시 변호인의 도움을 받도록 한 것 등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피의자의 소환사실 공개나 중간발표를 금할 경우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감시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론의 추적 대상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권력형 비리다. 그래서 이번 대책이 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김종빈 검찰총장이 어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개해 나가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은 잘한 일이다.

검찰이 오보를 한 기자에 대해 출입 제한 등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언론이 오보를 했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거나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런데도 취재기자의 출입까지 막겠다는 것은 취재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해선 취재에 불응하면 그만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보로 판명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검찰이 자의적 기준으로 오보로 규정해 기자의 출입을 제한한다면 언론은 어디에다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하는가.

이번 대책 발표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 청와대 측은 지난해 8월 인천시장 수사를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 보호 대책을 강구토록 지시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유전사업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인권 보호를 앞세워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려 해선 안 된다. 검찰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감시를 막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