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살려야 할 중소기업은 골라 과감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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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5%대 중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출기업만 호황일 뿐 내수부문은 여전히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내수업종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제조업 일자리의 75%를 중소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만들어 내는데도 튼튼한 중소기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위기론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지난 2, 3년 동안 은행들이 앞다퉈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236조원으로 늘었고 이 중 160조원이 올해 안에 만기가 닥친다. 빚은 잔뜩 늘어났는데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아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 커진 것이다. 중소기업발(發) 금융위기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정부와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경영지도 등을 통해 회생 가능한 중소기업을 살리는, 보다 적극적인 금융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부실 규모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회생 불능으로 판정되는 기업을 엄격히 가려내 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자금난뿐 아니라 인력난.원자재난 등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해결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