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가 서울에 나타났다.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작품은 많다.
은은한 미소 위에 우스꽝스런 돈키호테의 콧수염을 그려놓는 등의 방법으로 예술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이다.
하지만 10~19일 서울신사동 고도갤러리(546-6865)에서 열리는 박훈 판화전에 등장하는 모나리자는 후세 예술가의 권한으로 모나리자를 마구 일그러뜨려 풍자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자태를 손상시키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전형적인 여인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모나리자가 등장하는 이 『원형사고』시리즈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만든 판화로 모나리자에 우리의 색동저고리를 입힌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색동의 화려한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모나리자는 색동의 색채를 나타내기 위한 매개체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원형사고』시리즈를 포함해 박씨의 작품이 시기별로 소개돼있다.
초기의 『반영』시리즈는 우리의 옛 고서에 부분적으로 상처를 내 리듬감을 나타낸 것으로 70년대 모노크롬 작가들처럼 반복적인 행위의 과정을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보여주고 있다.『사이클-댄스』시리즈는 표현이 자유로운 석판화 기법으 로 제작됐으며 노리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드러나 있다.
전통적인 이미지와 서구 판화기법이 자연스럽게 조화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안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