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됐던 키프로스 성화 22년만에 일본에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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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백20여년전의 그림 하나가 태평양의 섬 일본과 지중해의 섬키프로스 사이에 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불씨는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의 가나자와(金澤)시립 가나자와미술공예대에 걸려있는 이콘(동방정교회에서 숭배의 대상인 그리스도.성모자.성인 등이 그려진 성화).
1775년 키프로스의 필라레토스가 그린 『이코노스탄스의 왕문(王門)』이란 제목의 이 그림은 지난 74년 터키가 키프로스를침공했을 당시 약탈됐다 22년만에 일본에서 발견된 것이다.이번분쟁은 경우에 따라선 일본에 남아있는 약탈 한 국문화재 반환에도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가나자와대 대변인인 구니자와(國澤)는 『지난해 1월 네덜란드 미술상에서 이 그림을 1천4백만엔(한화 약 1억원)에 구입했다』며 『가나자와시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만큼 대학으로선 무상 반환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키프로스정부는 『작품에는 필라레토스의 이름과 제작연도가 기록돼 있다』며 『대학측이 키프로스정부에 문의했다면 약탈 문화재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수 있었다』고 주장.
가나자와대도 이에 따라 처음에는 『반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그러나 조사결과 유네스코에 등록된 시점이 그림 구입이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세금으로 구입한데 따른 책임공방 때문에 할 수 없이 법정소송 쪽을 택한 것이다.
이유야 여하튼 고미술 전문가들은 그림이 진품이라는 사실만 확인되면 가나자와대측에 극히 불리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콘 반환운동의 중심인물인 타스라 하지트히 네덜란드 주재 키프로스 총영사는 『키프로스의 유물인만큼 하루라도 빨리 반환해 줘야 할 것』이라며 이달 다시 반환압력을 넣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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