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코너] 제대로 된 국어 교육 받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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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이채린 학생기자(서울 양재고1)

중학교 때 미국에서 1년 동안 학교에 다녀본 적이 있다. 미국에선 국어과목을 '문학'과 '언어'로 나눠 수업했다.

문학 시간엔 먼저 책을 읽은 뒤 내용을 놓고 토론한다. 토론이 끝나면 느낀 점을 적고, 그 글을 각색한 영화가 있으면 감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글에 몰입하게 돼 어휘력이 절로 늘고 독후감이 잘 써졌다. 한마디로 수업이 흥미진진했다.

우리나라의 국어 교육은 어떤가. 입시에 맞추다 보니 중.고등학교 과정 모두 단조롭기 그지없다.

글을 제대로 음미하기에 앞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 구성을 엄격하게 나눈다. 그러고 나서 각 부분에 해당하는 요지를 적고 문체나 글의 특징 등 세부 사항을 정리해야 한다.

학생들은 단순 지식을 암기해 다섯개의 문항 가운데 하나의 정답을 고르는 골치아픈 문제 풀이를 반복해야 한다.

이쯤 되면 새로운 글을 접할 때 흥분과 희열.호기심.상상력이 발동될 여지가 없다.

그러니 모국어를 배우고 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며 즐거워야 할 수업 시간이 무미건조하고 답답해진다. 입시 성적에 얽매일 수밖에 없어 그렇게 가르쳐야 하는 교사도 학생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은 학문의 기본이라며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글을 써볼 기회를 얼마나 주고 있는가. 일년에 한두 번 백일장에 나가 끄적여보는 게 고작이다.

국어를 좋아하는 학생들,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학생은 그래서 염증을 느낀다. 진정 글의 맛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교육이 그립다.

이채린 학생기자(서울 양재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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