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SEM개최와 컨벤션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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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는 2000년 개최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서울개최의 시대사적 의미와 국민경제적 효과는 실로 지대하다고 할 수있다.아시아 경제권 선두주자의 하나로서,유럽의 선진산업국가들이주축을 이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야말로 유럽경제권과 아시아경제권을 접목시킬 수 있는 역할을수행하는데 최적임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ASEM회의를 단순히 3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양적.이벤트적 의미에 국한해서는 안되며,유라시아 경제권내 동서간의 가교적(架橋的)역할을 확인.확산시킴으로써 한국의 국제 정치적.경제적 위상을 확실히 한단계 올릴 수 있는 현장이어야 한다. 이와같은 기념비적 현장을 자임(自任)하고자 그동안 6개 지역이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그러나 한국 경제발전의 표상이며 대규모 회의시설의 채산성 전망과 숙박시설의 공급능력,그리고 공항여건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서울이 개최 지로 결정됐다. 특히 국제행사를 정권홍보용이나 대외과시용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민간자문위원회의 자율적 심사과정을 거쳐 ASEM 사업주체로서 민간단체인무역협회가 선정됐음은 우리의 총체적 민간역량의 신장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다만 ASEM 2000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의 전기로 삼고자 했던 제주.경주를 포함한 5개 지역 주민의 여망이 무산된 점은ASEM 서울 개최결정이 갖는 반사적 상처임에 틀림없다.
ASEM 지방개최는 해당 지역의 발전잠재력을 점화할 수 있는전기가 될뿐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국토불균형 개발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최의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지방개최가 함축하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서울개최로 귀결된 것은 3년여밖에 남지 않은 기간중에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면서 ASEM의 차질없는 개최가 보장돼야 한다는 현실적 당위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됐기 때문이다.이와 같은 서울개 최 결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허가 문제등과 관련해 서울시의 대승적(大乘的)지원이 긴요함은 물론이고 컨벤션센터 인근 주민을 포함한 서울시민의 성숙된 고통분담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장기적 정책목표에 의거,정부는 지역발전의 전기를 찾고자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는 해당지역주민의 여망을 감안해 해당지역의 특성에 부합하는 회의장 및 관련 부대시설의 건설을 촉진하고,각종 국제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여건조성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이런 점에서 고위실무자회의,분야별 각료회의,비즈니스 포럼 등ASEM관련 부속회의,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등 주요 국제회의를 이번 ASEM 유치희망지역에 분산.개최토록 한 준비위원회의 건의는 조속히 가시화(可視化)돼야 할 것이다.
좋은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훌륭한 연극이 될 수 없듯 ASEM 회의라는 찬란한 무대가 성공적인 개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성공적 개최는 통일시대 우리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주도면밀한 의제설정 노력은 물론 정상회의를 통해 유럽 .아시아간 경제적 공통이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최국인 한국이 이해관계와 경제적 여건이 제각기 다른 아시아.유럽 제국의 현안을 균형있게 다루면서 한국경제 세계화의 또다른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민간의 면밀한 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서울 무역센터의 컨벤션센터가 치솟는 것처럼 국내의 각종 난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내실화의 토대 위에서 우리 역량을 결집하는 노력이 더욱 뚜렷해져야 할 것이다.ASEM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의 컨벤션산업발전에 큰 전기가 될 것이다.
오연천 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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