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 베트남 현지 신발공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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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태광비나.한국에선 사양산업이지만 베트남에서 「신발한국」의 성가(聲價)를 이어가고 있는 중견기업체 이름이다.
태광실업이 작년 베트남 동나이성에 5천4백만달러(약4백32억원)를 단독투자해 3만5천평 부지에 현지공장을 지은 것.호치민(옛 사이공)시에서 북서쪽으로 35㎞ 떨어진 비엔호아 제2공단에 위치해 있다.
태광비나는 한국의 신발 제조기술과 베트남의 손재주,미국 나이키의 판매망등이 잘 결합돼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7천2백여명의 현지인력이 국제시장 시판가격 1백달러이상의 나이키 고가제품 3켤레중 한 켤레를 이 공장에서 생산한다.연간 1억5천만달러어치의 신발(7백20만족상당)을 한국인 관리자 52명과 이들 근로자가 생산해낸다.현지인력은 20대 안팎의 여성근로자가 90%이상이다.『우리나라는 90년 이후 고임금 여파로세계최대 신발생산국의 자리를 중국에 내줬지만 생산기술만큼은 아직 세계 일류지요.고가제품으로 신발한국의 명예를 다시한번 이곳에서 재현할 겁니다.』 태광비나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박춘택(朴椿澤.46)상무는『신발산업은 국제화된 것이지 사양산업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며 이렇게 다짐했다.베트남 공장을 짓게 된 것은 태광의 기술력을 높이 산 나이키측의 종용에서 시작됐다.얼마든지 팔 아줄 테니 고가제품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주문이었다.
나이키는 세계 35군데 협력생산공장 가운데 태광비나를 1등 공장으로 평가했고,마스터 L/C(해외에서 직접 받은 수출신용장)도 한국 본사인 태광실업에 내줄 정도다.
『현지인력은 손재주가 뛰어나 교육만 잘 받으면 한국근로자 못지 않습니다.사회주의 체질때문에 직업정신이 조금 부족한 게 숙제지요.』 朴상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근로자들을 대상으로「승진 고속도로」란제도를 만들었다.일만 잘하면 근속연수에 관계없이 주임과 반장등으로 승격시켜 일의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있는것이다.현지근로자인 이응반캉(25)주임은 이같은 제도를 통해 입사 1년만에 발탁된 케이스.월급도 잔업수당을 더하면 1백달러(약8만원)정도.베트남 최저임금의 2.5배다.
『한국인 관리자들이 기술을 스스럼없이 가르쳐줄 때 가장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이응반캉은 신발제조기술을 하루빨리 배워 스스로 공장을 운영해보겠다는 의욕에 차 있었다.태광실업은 경남 김해에서 25년째 신발업을 해왔으며 종업원 2천6백명 으로 지난해 1억5천만달러의 신발수출실적을 올렸다.
동나이(베트남)=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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