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네탄야후 이후의 불안한 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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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달 29일 실시된 이스라엘선거 결과 벤야민 네탄야후가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했다.이는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중동지역 분쟁을 종식하고자 했던 시몬 페레스의 노력에 불신임을 표시했음을 뜻한다. 네탄야후가 특별히 다른 대안을 제시했던 것은 아니다.그가 이끌던 리쿠드당은 이스라엘이 인접 아랍국과 평화협상을 시작했던 91년 당시 집권하고 있었다.현재 그는 평화협상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92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극적인돌파구를 만들고 현수준까지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해 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이제 권력을 잡은 쪽은리쿠드당이다.과거와 달리 직선 총리선거에서 승리했으므로 네탄야후의 행보도 상당히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그를 중심으로 한 연정은 과거 노동당정권이 체결했던 협상의 틀을 어느 수준까지는따를 것이다.그러나 그 「수준」은 가변적이다.
그는 조약을 지키려 할 것이다.그러나 협상 상대방이 이스라엘을 충분히 예우할 경우에만 그러할 것이다.그는 팔레스타인측의 협정위반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선거운동 기간 중 친(親)팔레스타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사람은 없다.네탄야후와 페레스는 단호히 유권자들에게 평화를 약속했다.그러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이스라엘측이 어떤 양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네탄야후는 좀더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냈다.아랍국가에대한 그의 접근방식은 과거의 식민주의 논리와 유사하다.이스라엘지도자들이 초강경정책을 취하더라도 아랍국가들이 받아들일 수밖에없다는 것이다.
그는 PLO와 나치를 동일시한다.야세르 아라파트와 손을 잡는것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부 인물들처럼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아랍세력을 억누르려 하는 정치가는 아니다.
실제 그는 과거에 대해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몇 달 전 그는 서안(西岸)지구에서의 모든평화협상을 원점으로 돌릴 것이라고 위협했다.그러나 선거운동 기간에 그는 이스라엘 군대는 원하는 곳에 진주(進 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선언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네탄야후는 승리의 기쁨에 들뜬 나머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발언을 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는 이미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향후 대(對)시리아 협상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시리아정 권의 골란고원 반환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이는 앞으로협상이 시작된다면 취소해야 할 발언이다.팔레스타인인들은 그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유대인정착민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크게 실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네탄야후측과 아라파트측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만약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유대인이 계속 유입되고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좌절감이 커진다면 중동평화 자체가 위기에 빠질 것이다.
[정리=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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