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심상찮다>4.흔들리는 수출 주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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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사상최대의 수출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과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수출의 기둥역할을 해온 섬유 등 두 업종이 모두 올들어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석유화학=국내최대 고순도 텔레프탈산(TPA.화학섬유 원료)제조업체인 삼성석유화학의 울산공장 재고량은 5월말 현재로 15만.작년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갈수록 쌓이는 재고를 쌓아둘 곳이 없어 골머리를 앓던 이 회사는 고육지책 으로 최근 인근 공장의 유휴부지 두 곳(2천평)을 빌려쓰고 있다.4월 한달간 공장보수 등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지만 재고가 줄지 않아걱정이다.
삼남석유화학.고려석유화학 등 다른 TPA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중소 직물업계에 폴리에스테르 실을 공급해주던 화섬업계가 가동률을 줄여 TPA수요가 급감한 때문.가격도 작년말 당 1천1백달러선에서 8백달러대로 뚝 떨어졌다.
유화제품의 지난해 수출실적은 57억6천만달러.94년보다 무려51%가 늘었다.그러나 작년동기와 비교할 때 올들어선 1월에 11.6% 늘어난 것 말고는 매달 뒷걸음질치고 있다.4월까지 수출은 18억8천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7% 가 줄었다.
LG화학 해외영업팀의 주은원(朱殷瑗)차장은 『가뭄에 콩나듯 중국주문이 들어오지만 가격 때문에 일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합성수지류는 생산의 약 40%(2백만상당)를 중국에 수출해 왔지만 올들어 주문이 바닥이라 큰 타격이다.
◇섬유=올들어 전반적인 수출위축에 내수부진까지 겹쳐 업계의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화섬원사나 직물의 경우 주력시장인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 이래 수출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의류 봉제 등 완제품의 경우 동남아 저가제품 추격과 이탈리아등의고급품 공세에 끼여 빛을 잃은 때문.올 4월까지 섬유수출은 55억9천7백만달러.작년 동기보다 3.1%가 줄었다.이같은 수출감소세가 이어지면 올 수출은 작년수준(1백83억8천만달러)을 밑돌아 90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될 전망.
물론 작년보다 약4% 늘려잡은 수출목표 1백90억달러도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섬유산업연합회 이상경(李相慶)기획부장은 『전체생산의 70%이상을 수출하는 섬유업계가 수출침체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걱정한다.원사.직물.의류 등 분야별로 뜯어봐도 괜찮은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의류업계는 내수경기마저 곤두박질 해 자칫 국내의류생산 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최근 수출불황이 구조적인 것이어서 단기적으론 회복이 어렵다는 비관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윤희.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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