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화에서도 성공 이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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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2002년월드컵 한.일 공동개최.이같은 결정을 접하면서 많은국민은 아쉬움 속에서도 3년이나 뒤늦게 유치경쟁에 뛰어든 우리로서는 승리나 다름없다고 환호한다.앞으로 6년.산적한 여러가지난제들은 88서울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러낸 국민 적 저력으로 무난히 극복해냄으로써 다시 한번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리라는 확신이 환호속에 메아리치고 있다.
이제 현재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항을 지적해 보자. 월드컵은 올림픽과 달리 세계 최정상의 프로선수들이 축구라는 단일종목에서 온몸으로 격돌한다.따라서 승부에 대한 관심이좀더 열광적일 수 있다.
그래서 자칫 월드컵의 궁극적 의의가 축구를 통한 세계평화 구현임을 망각하기 쉽다.
98년부터 본선에 참가하는 나라만도 32개국이나 된다지만 그중 오직 한 나라만이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뒤집어 말한다면 나머지 1백90개 회원국은 어쨌든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한다.힘이 곧 아름다움일 수밖에 없는 운동경기의 생리를 가장 극렬하게 드러내면서 그만큼 상업주의적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큰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월드컵대회를 문화적 관점에서 성공시켜야 할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다.우선 결선에 참가하는 나라들에 대해서만이라도 그들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개성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마침 결승전에 오르는 모든 경기 들이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을 포함한 전국 주요도시에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그 지역주민들이 자기지역에서 축구경기를 벌이는 나라들의 문화적 개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능케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가장 있음직한 방안은 경기에 참가하는 국가의 시민들을 초청해그들이 향유하는 생활문화와 예술문화를 경기 개최지역 주민들이 함께 누리도록 하는 동시에 그들에게도 자신의 개성미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그와 같은 문화내용을 담을 수 있는 기본시설과 함께 「다른」문화를 「틀린」문화로 보지 않고 넉넉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의식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문화의식의 함양은 개.폐회식 준비에서도 요청된다.
권위주의가 통하던 시절의 행사 준비와는 달리 자발적 참여의식을좀더 성숙하게 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자면,문화복지의 혜택을 고루 누림으로써 문화의 힘을 믿게 된 국민이 그만큼확보되지 않으면 안된다.그때서야 비로소 월드컵대회는 21세기를열면서 우리나라가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근본적으로 벗어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대교수.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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