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원성진, 2005년의 기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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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장면 3]
黑. 원성진 6단 白. 조훈현 9단

조훈현 9단은 한국바둑리그 제일화재 팀의 주장이다. 앞 팀들이 이창호.이세돌.최철한을 뽑아가자 4순위의 제일화재는 박영훈 등 젊은 강자들을 놔두고 주저없이 조 9단을 지명했다. 50대의 조 9단을 한국 랭킹 4위로 본 것이다.

원성진 6단은 파크랜드의 2장으로 11번째 지명됐다. 그러나 오늘 승부는 11위가 4위를 꺾었다.

원 6단은 최근 화제인 '바둑 마스터즈'에서도 윤준상 3단과 송태곤 7단을 잇달아 꺾고 4강에 올랐다. 송태곤은 지명 순위에서 7위, 윤준상은 10위. 범양건영의 주장과 2장인데 모두 원 6단에게 무너졌다. 상승세로 돌아선 원 6단이 2005년에 어떤 일을 벌일지 기대된다.

▶ 참고도

국면은 우중앙에 위치한 흑대마의 사활이 초점이다. 조 9단이 백1로 시급한 곳을 지키며 대마를 노려본다. 만약 흑이 대마에 가일수한다면 백은 반상 최대인 하변 A의 곳을 차지해 승부를 장기전으로 이끌 수 있다.

원6단은 그러나 2, 4를 선수한 뒤 지체없이 6으로 달려 백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대마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의 강렬한 기세에 조 9단은 차마 칼을 뽑지 못하고 7, 9, 11로 꼬리만 자르자고 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패착이 됐다. 14로 나오는 수가 있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컸다. 22로 살아 승부 끝.

백의 유일한 승부수라면 실전의 5로 받지 않고 '참고도' 백1로 파호하여 곧장 대마를 잡으러 가는 것이었다. B의 약점이 걸리지만 어쨌든 C의 큰 곳과 대마를 다 놓쳐서는 지는 바둑이었다.

전체적으로 흑의 완승국. 연초 11연승을 거둔 조 9단의 상승세가 원 6단에게 가로막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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