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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팬 100명, 수만 외국인보다 열광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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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8일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이날은 맨유가 원정팀 뉴캐슬과 홈 개막전을 치른 날이다. 구장을 꽉 채운 7만여 관중은 열광적으로 홈팀 맨유를 응원했다. 이때 가죽 재킷에 검은 진 바지를 입은 거구의 남자가 관중석에 들어섰다. 주변이 술렁거리더니 이내 “티에스토다”라는 외침이 터졌다.

세계 최고의 클럽 DJ로 꼽히는 티에스토가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의 푸른 잔디를 배경으로 섰다. [디아지오 코리아 제공]

네덜란드 출신 일렉트로닉 뮤지션이자 클럽 DJ인 티에스토(39)다. 2002년부터 내리 3년간 영국의 ‘DJ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DJ였다. 2003년 DJ의 단독 공연 최초로 2만5000명 관객을 동원했고, 이듬해 네덜란드의 영예를 높인 점을 인정받아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 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에선 90분 동안 라이브로 공연 DJ를 맡아 최초의 ‘올림픽 공식 DJ’가 되기도 했다.

올해 4월 한국을 방문해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공연을 가졌을 땐 공연장이 수라장이 됐다고 할 정도로 열광적인 무대를 이끌었다.

마침 기자의 뒷자리에 앉은 티에스토와 즉석 인터뷰가 이뤄졌다. 공연마다 수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그는 “어제 런던 공연에도 2만 명의 팬이 모였다”고 했다.

- 런던 공연은 어땠나.

“2만 명이 꽉 들어찼다. 음질도 좋았고 관객 반응도 훌륭했다. 대성공이었다.”

- 한국 공연에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2007년 시작한 ‘엘러먼츠 오브 라이프(Elements of life)’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았다. 클럽에 모인 한국 팬 100여 명은 수만 명보다 훨씬 더 열광적이었다. 그 호응에 놀라 와우(Wow)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맨유 경기에는 어떤 일로 왔나.

“세계 톱 보드카인 스미노프를 생산하는 주류업체 디아지오가 세계 최고 구단인 맨유를 후원한다. 이와 관련한 아시아 후원 행사 때 보여줄 음악을 내가 만들기로 했다. 뮤직 비디오를 만들 예정인데, 영상과 음악은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9월부터 다운로드가 가능할 것이다. 맨유와 스미노프가 추진하는 ‘음주 운전 금지’ 캠페인에도 기여할 것이다. 친구인 반데사르(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골키퍼)가 맨유 수문장인 것도 맨유와 나를 가깝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반데사르와 전화로 수다를 떨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 음악 얘기를 들려 달라. 클럽 DJ로 이 같은 명성을 쌓게 된 계기가 있나.

“1999년에 녹음한 ‘침묵(Silence)’이 미국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르고 인기를 얻으면서부터인 것 같다. 그 후 내 음악은 더 자유로워졌다. 다양한 음악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듣다 문득 “바로 이거다”라며 음악 믹싱에 빠졌다는 그는 장비를 마련해 다양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에서 클럽 DJ로 시작해 97년 직접 음반사 ’블랙홀 레코딩’을 설립해 음반을 발표했다.

이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며 영국·독일·스페인 등으로 활동을 넓혔다. 특히 클럽이 밀집돼 매일 밤 레이브 파티가 열리기로 유명한 스페인 남부의 휴양지 이비자 등에서 티에스토는 유명 인사가 됐다. 2000년 미국에 진출한 그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다는 사라 매클라칸이 피처링한 ‘침묵’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2007년 발표한 앨범 ‘엘러먼츠 오브 라이프’는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얻나.

“주변의 모든 것이다. 지금 내가 커피를 홀짝 마시는 소리,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소리…. 지금 당신과의 인터뷰도 내 음악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 한국에는 언제쯤 다시 방문할 생각인가.

“올 10월이나 내년 4월쯤으로 생각 중이다.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다.”

그와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맨유가 선취점을 내줬다. 양팀의 응원이 고조됐고, 곧 라이언 긱스의 도움으로 대런 플레처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에 빠져들던 그가 자랑인 듯 “이곳에서 보비 찰턴 경(卿)을 만났다”고 했다. 보비 찰턴은 54년부터 73년까지 맨유에서 뛰며 맨유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는 ‘맨유의 전설’이다. 94년 영국 기사 작위를 받았다. 59년 맨유 선수단이 탄 비행기가 독일 뮌헨에서 추락해 선수 다수가 사망했을 때 생존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네덜란드 기사인 내가 처음으로 영국의 기사를 만난 셈이다. 하하.” 

맨체스터(영국)=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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