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한국대중음악 사랑하는 동호인들 PC통신에 게시판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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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일본가요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반대로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도 많다.
일본최대의 컴퓨터통신망인 니프티서브의 전자게시판 「광화장」(光化莊)회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광화장」은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모임인 「한국 팝 음악학회」에서 93년 개설한 홈파티(국내컴퓨터 통신의 동호회에 해당하는 전자게시판)로현재 1백10여명이 가입해 있다.
광화장 회원들이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정도는 광적인 수준에 가깝다.광화장 회장인 아키타 도시유키(秋田紀之.36.일본전력 경제연구소 연구원.사진)의 경우 집안에 한국식 노래방 시설을 차려놓고 매일같이 한국노래를 연습한다.친구들과 가라 오케에 갔다가 한국노래가 나오지 않아 집에 있던 노래방시설을 갖고 가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다.모두 25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가요의 수준이 일본가요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교토(京都)의 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와타나베 야스카즈(渡邊康一.26)는 자칭 「교토 뽕짝학파」의 창시자다.한국의 「뽕짝」음악 매니어인 그는 요즘 한국가수 이박사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어 더욱 신이 나 있다.윤해운(尹海雲)이 란 한국식 이름을 지어 명함에 본명과 함께 새기고 다닌다.
회원중 한사람인 가츠키 고지(甲木康治.32)는 지난해 한국가요를 소개한 『노래방에 가자』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광화장 회원들은 평소엔 니프티서브에 접속,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는 한편 6개월마다 회지를 펴낸다.지난해 12월에 나온 2호에는 한국가요계에 관한 각종 정보와 함께 권인하.
김건모.박진영.김혜림.장혜진의 음악에 관한 비평이 들어있다.또간혹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공연을 갖는 날은 자연스레 광화장회원들의 모임날이 된다.자원봉사자로 통역을 하거나 박수부대를 자청하는 열렬회원도 있다.광화장은 한국 천리안의 일본어 동호회와 교류를 갖고 있으며 천리안의 공동게시판을 통해 회원들과의 연락이 가능하다.이달초 일본의 황금연휴기간중엔 광화장 회원 30명이 대거 내한,서울에서 일본어 동호회와 공동으로 「오프라인미팅」(컴퓨터 통신을 통한 온라인 대화의 상대적 개념)을 갖기도 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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