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축구 유치앞두고 北전문 공개 아벨란제의 속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2002월드컵 개최지 결정을 코앞에 둔 28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이 케이스 쿠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북한의 「남북공동개최 불가」전문내용은 한국의 유치전략에 적잖은 타격을 주는 악재로 분석된다.
FIFA가 민감한 시기에 내놓은 이 발표는 일본언론(교도통신)을 통한 「의도된 언론플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골적으로 일본을 편들고 있는 주앙 아벨란제 FIFA회장이 예정보다 빨리 취리히에 도착,각국 집행위원들을 포섭하고 있는 와중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혹은 더욱 크다.
발표처럼 지난주 북한으로부터 전문을 받았다면 쿠퍼외에도 조세프 블래터 사무총장 등이 좀더 이른 시기에 밝혀야 할 문제였다. 결국 이번 발표는 남북공동개최(또는 분산개최)를 통한 세계평화에의 기여라는 한국의 명분을 대폭 희석시키기 위한 일본과 아벨란제의 「역공용 합작카드」로 밖에 볼 수 없다.
2002월드컵의 남북공동개최는 한국이 가장 강조해온 핵심전술중 하나였다.정몽준회장은 이 카드를 내세워 집행위원들에게 한국개최의 당위성을 역설해왔고,개최지결정투표 직전에 있을 설명회에서도 이를 강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FIFA의 발표는 한국의 궤도수정을 요구하고 있다.한국이 최근 김영삼 대통령까지 나서 『월드컵을 유치하면 북한과 분산개최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팩스를 공개하는등 한국표를 잠식하기 위 한 일본-아벨란제회장의 막판공세가 더욱 거세질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이 「절대불가」입장을 밝혔다 해도 한국이 일단 월드컵을 유치한 뒤 상황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분산개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월드컵개최가 한반도 평화에 기초한 세계평화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명분이 유효함을 설득해야 할입장이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