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증시의 '재료'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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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월드컵 개최지 결정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치열기가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유치노력이 허사로 끝나는 날엔 축구팬들이 실망할 것은 물론 정부의 체면이 손상될까 우려해야 할 정도로 열기가 지나쳐 보기에 안쓰럽다.
여기에 주식투자자들도 덩달아 들떠 있는 것 같다.『지금의 조정장세를 단숨에 반전시킬 수 있는 재료는 월드컵뿐』이라는 희망섞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1천포인트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대형 호재』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전문가도 있 다.
그뿐 아니다.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선 전국 16개 도시에 경기장을 신.증축해야 하는데 이때 경기장 건설은 각 지역연고 건설사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왔다.삼환까뮤(부산).계룡건설(대전).동부건설(강릉)등이 그 예다.4 월중 8천원에서 1만원으로 뛰어오른 삼환까뮤 주가는 5월 들어서도 다른 대부분의 주식들이 약세로 돌아선 것과 정반대로 월드컵을 재료로수직상승,지난 23일에는 1만5천원을 쉽게 돌파했다.이 회사의올해 추정 주당순이익 2백66원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비율(PER)이 58배에 이르고 보면 아무래도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일조도 무시할 수 없다.KDI에서 나온 한 보고서는 월드컵 개최로 5조7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2만명의 고용유발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업종별로 창출될 부가가치까지 계산해냈다.
그래봐야 2002년의 일이고 또 한국의 현 경제규모에 비해 1~2%에 해당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지방도시 분산개최에 따른 지역간 균형발전 또는 컨트리 리스크 감소로 인한 자본비용 감소 등 갖다붙이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말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 있다.투자자들은 과연 언제까지 「재료」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최근 주가동향만 해도 그렇다.사회간접자본(SOC),기업 매수.합병(M&A),유전공학,정보통신등 좋게 말해 재료고 테마지 온갖 루머를 따라 춤을 추다가 더 이상 이야깃거리가 없어지자 주가가 폭락하고 있지 않은가.
사업을 하듯 주식투자를 하라고 했다.기업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에 바탕을 둔 실질가치를 고려하는 투자가 자리잡지 않고서는한마디로 주식시장의 발전은 없다.뉴욕.런던의 주식시장에도 유행이나 테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보다 실 질적이고 구체적이다.「재료」라는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증권사들의 책임이 크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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