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해 놓고 대출용 재산담보 요구-빚보증用 中企임원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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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부 중소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때 임원들에게 무리한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 임원들이 속앓이를 하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일부 자금력이 부족한중소기업 오너들이 임원의 재산담보를 목적으로 임 원을 영입한 후 결과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중소기업 임원이 담보로 들어간 자기 재산 때문에 마음대로 퇴직할 수 없거나 집이나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기업 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鄭모(50)씨는 93년 친구가 경영하는 경기도 반월공단의 한 의류제조업체 이사직을 제의받았다.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그 회사 사장은 『은행대출에 보증을좀 서달라』는 요청을 했고 鄭이사는 두 번에 걸 쳐 총1억5천만원에 대한 보증을 섰다.그 후에도 회사의 자금난이 계속되자 불안감을 느낀 鄭이사는 사표만 내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표수리 6개월 후인 지난해 3월 鄭이사는 임원 등기부등본을떼보고 깜짝 놀랐다.자신이 여전히 이사로 돼있었기 때문.사장에게 즉각 사임등기를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거의 1년이 지난 이달에야 해결이 됐다.鄭이사는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중소기업에 몸담으면서 저같은 일을 당한 친구들이 주변에 한 둘이 아니더군요』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한 중소기업 전자회사에서 전무로 일했던 高모(56)씨는 아예 집을 날린 경우다.
高전무는 93년 회사가 기계설비를 들여오며 거래 리스회사로부터 보증인을 세우라는 요구를 받고 사장에게 보고했다.사장은 『우리집은 전세권이 설정돼 있어 담보로 쓸 수 없는 상태』라며 高전무에게 간곡히 보증을 요구했다.보증을 선지 2 년만에 회사가 부도났고 高전무는 집을 압류당했다.
高전무가 배신감을 느낀 것은 사장이 담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위장 전세권을 설정해 놓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나서였다. 지난해 정부투자기관에서 퇴직한 朴모(47)씨는 충남 조치원에 있는 모중소기업에 이사로 재취직했다.
첫 월급을 받은 직후 朴이사는 사장으로부터 『1천만원이 급히필요해서 그러니 보증을 서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대출금액이 적혀있지 않았지만 사장을 믿고 도장을 찍어 주었다.
朴이사는 나중에 대출금이 1천만원이 아니라 5천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장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퇴사하려 했지만 그 사장은만나는 것 자체를 기피했다.결국 이 회사는 6개월 후 부도가 났고 朴이사의 집은 최근 경매에 부쳐졌다.
중소기업은행의 한 대출관계자는 『대기업들도 임원이 입회보증을서는 때가 자주 있지만 형식적인 것이 대부분이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대출 때 임원들을 보증인으로 세워 말썽이 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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