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의 18년 숨은 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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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버님,오늘은 몸이 좀 어떠세요.빨리 나으셔야 할텐데….』동이 트기 시작한 24일 오전4시30분쯤.서울 은평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김화홍(金和弘.56.서울은평구응암동)씨가 이웃에 사는 노부부 全학기(84).金영수(72.여)씨의 단칸방을 찾아가아침 인사를 한다.
全씨 부부는 金씨의 방문을 기다린듯 이미 이부자리까지 개 놓았다.각각 빈혈과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밤새 별탈 없었음을 확인한 金씨는 방안 한구석의 변기부터 비운다.
金씨의 친아버지는 이미 23년전에 돌아가셨지만 지금 그의 아버지는 이웃에만 세분이 있다.모두 병들고 가난한 무의탁 노인들. 정오까지 쓰레기 수거용 손수레를 끌고 응암동 좁은 골목을 누빈 金씨는 오후가 되면 틈틈이 주워 모은 병.냄비.종이등 재활용품을 정리한다.
金씨는 매달 재활용품을 팔아 번 6만~7만원과 약수터를 청소해주고 받는 5만원에 자신의 용돈을 보태 17만원을 따로 떼어놓는다. 고아원인 선덕원과 은평천사원등 17곳에 1만원씩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金씨로서는 적은 액수가아닌데도 18년간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64년 세살의 어린 나이로 숨진 큰딸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가슴통증을 호소했으나 너무 가난해 병원에도 데려가지 못했어요.
숨진 딸에게 속죄하는 마음에서 심장재단등에 돈을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들을 때마다 쑥스럽기만 하다는 金씨의 월급은 1백10만원.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학비를 대기도 빠듯하다.
金씨는 『4년뒤 정년퇴직때까지 이웃돕기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 후엔 현재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아들(25)이 이어받아 주길 바란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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