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분위기를 풍기는 국내 첫 사이코 스릴러 "피아노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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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제작발표회 때 본격 사이코 스릴러를 내놓겠다고 선언해 관심을끌었던 유상욱 감독의 『피아노 맨』(제작 한맥)이 24일 개봉된다.이상심리자의 범죄행각을 다루는 사이코 스릴러는 착상이 기발하고 심리학적 전문지식이 뒷받침돼야 하며 구성 이 치밀해야 제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장르다. 『피아노 맨』은 톱스타 최민수와 이승연을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15억원이 넘는 실제작비를 투입하는 등 의욕적으로 이장르에 도전했다.그 결과 아쉬운 점이 있지만 스릴러로서의 외형을 골고루 갖추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영화는 살인광인 피아노 맨이 여형사 송미란과 벌이는 신경전을축으로 진행된다.한번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전화를 걸거나 소포를 보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피아노 맨.그는 재즈선율로 여자를 유혹해 감금한 뒤 산채로 입술을 꿰매고 눈알 을 파내는 등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방법으로 살해한다.
스토리와 중심인물 설정은 흔히 볼 수 있는 스릴러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편이다.
피아노 맨이 여자의 입술을 꿰매는 충격적인 장면이나 지하주차장에서의 추격전과 같은 장면 촬영은 수준급이다.낯선 배역을 무난히 소화해낸 남녀주인공의 연기도 인상적이다.피아노 맨으로 나온 최민수는 지금까지 한 역할중 가장 잘 맞는 배 역이라는 인상을 준다.이승연의 경우 여자가 형사로 나오는 자체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 때문인지 초반엔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는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맨』은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상황과 상황을 이어주는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다.예컨대 강변추격전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배에 총을 맞은 피아노 맨이 다음 순간 말끔한 얼굴로 등장한다 든지 포박돼있던 송미란이 갑자기 총을 들고 피아노 맨을 쏘는 마지막 장면은 그 과정에 전혀 설명이 없다.곳곳에서 눈에 띄는 이런 장면의 거친 비약이 게임을 보는 재미를 반감시킨다.그러나 한편으론바로 이점 때문에 기묘한 컬트적 분 위기를 풍긴다는데 『피아노맨』의 매력이 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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