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혐의 수배 부산시 前세무조사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부산시사하구당리동 반도보라맨션 76평형.부산시내서 가장 평수가 큰 아파트다.시가 3억원.사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재력있는 집안의 상속인도 아닌 평범한 공무원이 이런 아파트에 산다면어떻게 보아야 할까.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배 를 받자 잠적한 부산시 사하구청 교통행정과장 이중근(李中根.48)씨가 이 아파트에 산다.
李씨가 수배된 것은 바로 전 보직이었던 부산시 세무조사계장 시절 건설업체로부터 2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그러나 부산지검특수부는 李씨가 신분에 걸맞지 않은 호화생활을 하고 거액의재산을 보유한 사실을 확인,일선공무원의 구조비리 차원에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李씨가 살고있는 맨션은 등기부상 부산 B건설 소유.검찰조사결과 이 집은 李씨의 처남 李모씨가 분양받았고 분양금중 2백만원을 내지 않아 등기가 이전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잔금 2백만원만 남겨둬 등기이전을 늦추는 것 자체가 수상하며 『업체의 세무조사 면제.지방세 비리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넘겨받은 흔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설혹 李씨소유가 아니더라도 5급 공무원 월급으로는 관리비 조차 감당하기힘들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검찰에 따르면 李씨의 집은 또 5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개농과 호화소파등 고급가구로 치장돼 있으며 전국에 확인된 부동산만 단독주택 2채와 토지13건 1천8백평등 재산이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특히 전남목포.부산시금정구금사동.북구화명동등에 논.대지등을 자신과 부인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李씨가 이밖에 증권에도 4억원정도 투자해 놓은 혐의를 잡고 돈의 출처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李씨는 고향에서 농고를 졸업하고 69년 1월 면직원(9급.지방행정서기보)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73년 부산시서구 세무담당공무원으로 옮겨 7급,5급등 승진때 잠깐 다른 부서에 근무했던 것 말고는 27년간 공무원 생활중 17년을 구청.시청 세무과에서 근무해왔다.
91년부터는 그 분야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노른자위」로 알려진 부산시청 세무조사계장으로 발령받아 4년가량 재임했다.이 자리는 탈세혐의가 있는 기업체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막강한 자리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조사를 통해 이미 구속된 유장수(柳長秀.
59)전 부산시종합건설본부장 못지않게 李씨의 비리혐의가 짙어 정밀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정용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