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엔도르핀 돌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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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르핀이 돌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최고로 신나는 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이런 표현을 썼다.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한나라당 사무처 요원 270여 명을 앞에 두고서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2시간여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말에서 보듯 흥겨운 자리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만찬장엔 대선 유세 당시의 로고송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창출했는데 그 노력을 함께한 여러분을 열렬히 환영한다. 선거 기간 동안 힘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각오 겸 당부도 했다.

“이젠 우리가 일할 준비가 모두 되었다. 좌고우면할 틈이 없고 물러설 길도 없다. 오로지 국민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 길 외엔 없다. 여러분도 아주 낮은 자세로 목소리를 낮추고, 행동은 크게 할 수 있길 바란다. 저도 목소리는 작게 하고, 자세는 낮추고, 행동은 철저히 하려고 한다.”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아이를 낳으려면 10개월이 있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이제 입덧도 끝난 시기가 됐으니 기다려주고, 믿고 맡겨주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복분자주로 시작한 자리는 곧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주 폭탄주’가 오가는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이 대통령도 한두 잔 마셨다고 한다. 건배사가 오갔으며, 서로 손 잡고 ‘만남’이란 노래도 함께 불렀다.

역대 정권을 둘러봐도 대통령이 사무처 요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한 건 드문 일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여권 내부의 전열을 정비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권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선 한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계와의 회동은 연기=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과 재계총수 간 2차 ‘민관합동회의’를 다음달 10일 개최하는 방안을 잠정 검토했으나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와 재계 사이의 밀월 관계에 이상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 최근 재계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까지 단행했는데도 재계가 투자 확대로 화답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지난 20일 “기업들이 투자는 뒷전이고 자식들에게 재산 물려주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는 논평까지 냈다.

고정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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