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퇴출설 잠재운 태권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태권도가 올림픽 잔류에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재미없는 경기와 판정 시비로 퇴출 후보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 두 가지 호재를 만났다.

태권도는 2005년 7월 싱가포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까지 정식 종목으로 승인받았다. 2016년 올림픽에서도 살아남으려면 내년 10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다시 한번 심판을 받아야 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이 4개 체급을 싹쓸이하면 올림픽에서 퇴출될 것이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소문의 강도가 심해졌다. 연맹과 협회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들어오기 위해 가라테나 우슈 등에서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21일 오후 태권도 경기가 열린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을 찾아 1시간10분 동안 경기를 관전했다. 그는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판정 시비로 난장판이 된 태권도 경기장을 현장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태권도 퇴출설의 싹이 트기 시작할 무렵이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은 이날 경기가 단 한 차례 판정 이의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또한 호쾌한 얼굴 발차기와 난타전을 보면서 태권도의 매력을 느꼈다. 그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에게 “상당히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태권도는 재미있고 훌륭한 스포츠”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4년 전 태권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메시지였다.

여기에 ‘태권 영웅’ 문대성(32·동아대 교수)이 압도적인 1위로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점도 고무적이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과 박용성 전 위원의 잇따른 사퇴로 급속히 위축된 한국의 스포츠 외교에서 문 위원의 당선은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태권도의 동메달이 체급별로 2개로 늘어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188개 회원국이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재미없다”는 지적을 어떻게 푸느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태권도는 단순한 돌려차기, 차고 넘어지기, 뒤로 빠지기 등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흥미가 반감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다행히 화려한 얼굴 공격과 난타전이 이어져 관중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여자 57㎏ 이하급에서 우승한 임수정(22)은 “태권도가 재미없다고 하는데 선수로서 동의하지 않는다. 보는 재미를 위해 선수들이 얼굴 공격과 다양한 발 기술 등 공격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승 기자

[J-HOT]

▶ "감히 '아줌마 우생순' 나이 많다고 딴죽 걸겠는가"

▶ 獨방송사"우생순 노르웨이와 연장전 정당"

▶ '충격' 컸던 日, 美에도 패배 '노메달'

▶ "처음처럼 팔리면 내 연봉 당신에게 주겠다"

▶ 240만원 짜리 자동차 '나노' 올해는 물건너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