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 입장 순서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포털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8일 밤 10시49분 포르투갈 선수단 입장 직후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했다. 이어 피지, 카메룬, 몬테네그로 선수단이 입장한 다음 10시52분 조선인민공화국 선수단 134명이 입장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래 아홉 차례의 남북공동입장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 입장순서는 국가 이름의 중국어 간체자 표기 획수에 따라 정해졌다. 대한민국의 중국식 호칭인 한국의 한(韓)과 북한의 중국식 호칭 조선의 조(朝)는 12획으로 획수가 같다. 두 번째 글자인 한국의 국(國)자는 간체자로 8획, 조선의 선(鮮)자는 간체자로 17획이다. 중국 외교부 관리에 따르면 중국은 당초에 특별히 남북을 배려하여 한국은 177번째로 북한은 178번째 입장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 소식에 한국은 기뻐했고 북한은 분노했다. 북한은 중국에 강력히 항의했다. 최종적으로 브루나이가 불참하면서 한국은 176번째 북한은 180번째로 입장했다.


204개 참가국 가운데 간체자 첫 글자 획수가 12획인 나라는 대한민국(韓國), 북한(朝鮮)외에 포르투갈(葡萄牙), 피지(斐濟), 카메룬(喀麥隆), 몬테네그로(黑山), 칠레(智利)등 총 16개 나라(아래 표 참조)다. 그 중에서 이들 7개 나라가 한국과 북한 입장 앞뒤에 입장한 나라들인데 이 국가들의 입장 순서는 어떻게 정했졌던 것일까?

국가의 첫 글자의 획수가 같을 경우 순서를 정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방법은 첫 글자의 첫 획을 점(點), 가로(橫), 세로, 왼쪽삐침, 오른쪽 삐침(捺) 순서로 나누어 배열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나라이름의 두 번째 글자의 총획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첫째 방법에 따르면 포르투갈, 한국, 피지, 조선의 첫 글자는 모두 가로다. 카메룬, 몬테네그로는 첫 획이 세로획이다. 칠레는 왼쪽삐침이다. 따라서 포르투갈, 한국, 피지, 조선의 순서가 같다. 두번째 글자의 획을 보면 피지-점, 포르투갈-가로, 한국-세로, 조선-왼쪽삐침 순서가 된다.

둘째 방법인 두 번째 글자의 획수를 보면 몬테네그로(黑山)의 산(山)은 3획, 칠레(智利)의 리(利)는 7획, 카메룬(喀麥隆)의 맥(麥)의 간체자 획수는 7획, 한국(韓國)의 국(國)은 8획, 피지(斐濟)의 제(濟)의 간체자 획수는 9획이고, 포르투갈(葡萄牙)의 도(萄)는 12획, 조선(朝鮮)의 선(鮮)은 14획이다. 즉 몬테네그로, 칠레, 카메룬, 한국, 피지, 포르투갈, 북한 순서가 된다.

하지만 최종 입장 순서는 포르투갈, 한국, 피지, 카메룬, 몬테네그로, 북한, 칠레 순서로 냐오챠오에 선수단이 들어왔다. 북한은 첫 글자가 가로획임에도 불구하고 세로획으로 시작하는 카메룬과 몬테네그로 뒤에 입장하여 차이나 스탠다드의 ‘예외’를 이끌어낸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한국 앞으로 배치하는 ‘파격’은 베풀지 않았다. 자신이 정한 ‘차이나 스탠다드’의 일부는 지키면서 북한의 체면도 세워주는 ‘절충안’을 고심 끝에 택했던 것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xiaokang@joongang.co.kr

표 : 첫글자가 12획인 국가의 입장순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