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뇌물로 바친 결혼 축의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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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부산의 시중 화제는 15일 구속된 부산시 전 종합건설본부장 유장수(柳長秀.59)씨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가 해운대 신시가지등 각종 건설공사와 관련,뇌물을 챙기기 위해 어떻게 건설회사들을 다뤘는가 하는 것과 뇌물액수다.
또 연행 3일전에 치른 딸 결혼식때 모여들었던 하객들의 숫자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객이 1천2백여명이나 됐기 때문이었다.
이에따라 남의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축의금 액수를 놓고이러쿵저러쿵 여러가지 말들을 하고 있다.
「하객이 그 정도였다면 축의금 규모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들인 것이다.
특히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크고 작은 건설업체 관계자치고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라도 얼굴을 내밀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식장에 갔던 사람들은 『축의금만도 수억원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14일 柳본부장의 자택(58평형 아파트)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정에서 1백만원짜리 현금뭉치가 책상서랍.휴지통등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검찰은 「이 돈이 축의금 명목의 뇌물성돈」일 것으로 보고 출처를 조사중이다.
柳씨 집에서는 가방에 가득 담긴 보석들과 고가미술품도 다량 발견됐다.
검찰조사 결과 지금까지 밝혀진 柳본부장의 혐의는 11개 건설업체등으로부터 3천1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이 정도 액수는 「떡값」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검찰측의 얘기다.
L사.S사등이 2백만원정도씩을 건넨 작은 비리가 밝혀졌을 뿐이다.검은 돈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면 수억원에 이를 것이라는얘기다. 실제로 柳본부장의 구속소식을 접한 부산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갖가지 핑계로 도장을찍지 않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등 갖가지 대형사고가 꼬리를 물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사정(司正)당국의 엄단 지시가 있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비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문민정부아래서 노골적으로 저질러진 柳본부장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건설비리가 여전함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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