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참스승을 만난 기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마치 맞선이라도 보러간 듯 가슴이 설레었다.선생님의 외모부터 손동작 하나하나 살펴보기에 바빴다.처음 본 선생님의 모습은 짧은 단발머리에 무릎을 덮은 단정한 옷맵시로 전형적인 교사의 모습 그대로였 다.우선 안심이 됐다.
그러나 주변 학부모들은 내게 학기초에 찾아가 인사(?)드려야한다고 충고를 하곤했다.그렇게 하고 싶지않아 고민끝에 「선생님의 학습지도에 감사드리며 직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막상 편지를 쓰다보니 갑자기 전 화라도 드리는것이 옳을 것같은 생각이 들어 교무실로 전화를 했다.
잠시후 전화를 받으신 선생님은 목소리가 다 쉬어 말을 알아듣기도 어려웠다.나의 소개를 들으시곤 『아이는 제가 책임지고 지도합니다.믿고 보내주시면 성심을 다하겠습니다.사회적 물의가 되는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말씀하셨다.
또 알림장을 통해 궁금한 것을 연락하고 직접 학교방문이나 전화통화는 자제해달라고 이해를 구하셨다.
선생님과의 짧은 전화통화였지만 명예롭게 직분을 다하시는 책임있는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그순간 『그래! 촌지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는 교사는 일부분일 뿐이야.이 세상에는 불의에 개의치않고 꿋꿋이 노력하시는 선생님이 더 많아』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안에서 엇갈리던 모든 생각들이 부끄러웠다.
선생님 말씀을 들은 후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아이의 첫걸음이제대로 돼가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 나는 은행에서,슈퍼에서,그리고 소아과의원 등에서 만난 다른 엄마들로부터 그 선생님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선생님의 쉰목소리는 아이들에 대한 열정때문이라고 했다.다시한번 선생님의 곧은 의지에 힘찬 박수를 보내드리 고 싶다.
이효진 경기도고양시탄현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